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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중남미소설10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은이) | 민음사 그 마을 사람들은 밤새 잠도 안 자고 뭘 하는 걸까. 전날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고, 다음날 새벽에 주교의 배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잠을 설친 것인지,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게 보통의 생활 리듬인지 모르겠다. 살인의 동기가 될 만한 사건이 자정 이후 발생하고, '예고된 죽음'은 동트기 전 단 몇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 뿐이지만, 새벽녘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과 그 이유까지 모두 알게 된다. - '주교의 배가 고동을 울렸을 때는 거의 모든 주민이 주교를 영접하기 위해 잠에서 깨어 있었고, 비까리오 형제가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 위해 기다린다는 .. 2008. 9. 7.
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을 파는 남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저 | 21세기북스) 5분의 자유시간을 단돈 1.99$에 판다면 주인공 TC(Tipo Corriente)는 어느 날 자신의 인생 대차대조표 오른쪽 ‘부채’ 항목에 ‘35년’이라는 내용이 기입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달리 말하면 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 담보대출금은 결국 인생을 저당 잡힌 결과’(p.25)라는 것이다. 적두개미의 생식체계를 관찰하고 싶은 꿈이 있지만, 회계사 일을 하며 충분한 돈을 모을 때까지는 결코 꿈을 실천할 수 없고, 그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온 세상이 갈망하지만 가질 수 없’(p.52)는 것이 바로 ‘시간’이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통제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TC는 기발한 발명품을 생각해 냈으니, 바로 5분이라는 시간.. 2007. 6. 25.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민음사)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네루다가 쓴 “우편 배달부”라는 작품이 아니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라는 생소한 작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다. 10년 전쯤 본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무척 아름답고,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소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거론이 될 만큼 유명한 시인 네루다(실제로, 소설의 중간부분 이후, 1971년에 상을 받는다)가 칠레의 작은 마을 이슬라 네그라에 머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우편물만을 배달하는 배달부가 필요했고, 마리오라는 청년이 그 일을 맡게 된다. 온 국민의 자랑인 네루다는 보잘 것 없는 시골 청년 마리오에게 ‘메타포’를 가르치고, 마리오는 아름다운 어촌에.. 2005. 12. 15.
오 자히르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ㅣ 문학동네) 포르투갈어로 글을 쓰는 브라질 작가 코엘료. 한때 마술주의 남미문학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고, 그 정점에는 마르께스가 있었다. 하지만 마르께스가 이 정도였을까. 제 3세계 문학이 이토록 사랑 받은 예가 있었나. 지금은 남프랑스 생마르탱에 정착한 그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의 책은 세계 1백 50여 개 국에서 읽히고 있단다. 오에 겐자부로는 그를 “언어의 연금술사”라 했고, 클린턴은 휴가 때 코엘료의 소설을 실컷 읽고 싶다 했다나. 그런 코엘료의 책이 처음 출간된 나라가 한국이라니, 확실히 쌩 떽쥐베리에 대해 열광했던 한국인과 그의 ‘착한’ 소설과의 코드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연금술사”가 독자들에게 ‘자아 찾기’를 강요하는 동화 같은 이.. 2005. 8. 14.
연금술사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이제서야 읽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p.48) – 이 문장 하나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책이다. 역시나 한번만 읽고 던져 놓기에는 아깝다.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난리인가, 의문을 갖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자아에서, 자신의 신화에서, 꿈에서, 본질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책 속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p.48)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무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2005. 8. 7.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민음사) 2004년 10월 26일,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십 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여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온 세계)가 들썩였단다. “공식적으로 배포되기 일주일 전에 최종 교정본을 복사한 해적판이 보고타 시내에 출연했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확고부동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다빈치 코드』를 순식간에 밀어냈”다는 소설. 아흔 살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과 그가 기억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다. 아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것일까. 늙는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바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한다. 주인공은 “우리를 용도폐기된 존재로 여기는 젊은 여자 친구들이 도발적인 말과 행동을 거리낌 .. 2005. 5. 8.
11분 11분 (파울로 코엘료 저 | 문학동네) 어디선가 아주 많이 본 것 같은 영화의 장면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사실 진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미모의 브라질 시골처녀 마리아가 휴가지에서 만난 헌터(!)를 따라 부푼 꿈을 안고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으나, 뜻하지 않게 창녀가 되고, 한 남자를 만나 사랑과 성에 대해 눈을 뜬다는 내용. 해피엔딩의 마지막 컷까지 무척 ‘뻔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내용을 풀어간 사람이 『연금술사』『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라는 사실이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밖에 읽지 않았지만, 작가의 명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 이런 줄거리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분명히 남아 있다. 아무래도 자신의 영향력을 의식했을 것.. 2004.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