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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11분

by mariannne 2004. 6. 4.


11분
(파울로 코엘료 저 | 문학동네)

어디선가 아주 많이 본 것 같은 영화의 장면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사실 진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미모의 브라질 시골처녀 마리아가 휴가지에서 만난 헌터(!)를 따라 부푼 꿈을 안고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으나, 뜻하지 않게 창녀가 되고, 한 남자를 만나 사랑과 성에 대해 눈을 뜬다는 내용. 해피엔딩의 마지막 컷까지 무척 ‘뻔한’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내용을 풀어간 사람이 『연금술사』『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라는 사실이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밖에 읽지 않았지만, 작가의 명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 이런 줄거리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분명히 남아 있다. 아무래도 자신의 영향력을 의식했을 것이다. 일부러 선택한 주제라는 거다.

한 사람의 진지한 인생을 통해, ‘성(性)’이라는 것이 ‘성(聖)스러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좌절과 불행의 죄의식 속에 빠지게 하는 것’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마리아’라는 동정녀의 이름을 통해 ‘성(聖)스러움’의 경지까지 이르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모델의 체험을 통한 이야기라니(사실 얼마나 많은 영화와 책의 소재였는가) 더욱 거룩함이 느껴진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다 저렇다 헤집기에는 - 게다가 이토록 진지한 ‘마리아’라는 매력적인 여자의 인생이니…- 그럴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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