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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5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은이) | 민음사 그 마을 사람들은 밤새 잠도 안 자고 뭘 하는 걸까. 전날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고, 다음날 새벽에 주교의 배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잠을 설친 것인지,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게 보통의 생활 리듬인지 모르겠다. 살인의 동기가 될 만한 사건이 자정 이후 발생하고, '예고된 죽음'은 동트기 전 단 몇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 뿐이지만, 새벽녘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과 그 이유까지 모두 알게 된다. - '주교의 배가 고동을 울렸을 때는 거의 모든 주민이 주교를 영접하기 위해 잠에서 깨어 있었고, 비까리오 형제가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 위해 기다린다는 .. 2008. 9. 7.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민음사) 2004년 10월 26일,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십 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여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온 세계)가 들썩였단다. “공식적으로 배포되기 일주일 전에 최종 교정본을 복사한 해적판이 보고타 시내에 출연했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확고부동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다빈치 코드』를 순식간에 밀어냈”다는 소설. 아흔 살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과 그가 기억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다. 아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것일까. 늙는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바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한다. 주인공은 “우리를 용도폐기된 존재로 여기는 젊은 여자 친구들이 도발적인 말과 행동을 거리낌 .. 2005. 5. 8.
꿈을 빌려드립니다 꿈을 빌려드립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하늘연못) 좋아하는 단편집 중 하나다. 오래 전에 “사람이 살았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이 “꿈을 빌려드립니다”로, 번역자만 같은 채, 제목이 바뀌고 출판사도 바뀌고, 내용이 조금 보태어져서 나왔다.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이상의 “날개” 레이몬드 카버의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등과 함께 나의 베스트 단편집 중 하나인 이 책에 실린 단편 9개는 반전과 아이러니, 기가 막힌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준다. 1부는 중단편 소설, 2부는 마르께스의 산문들, 그리고 3부는 작가탐구와 작가 연보로 묶여 있는데, 소설만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1/3을 차지하는 2부.. 2004. 5. 22.
콜레라 시대의 사랑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민음사) 이 소설의 주제는 두 말 할 것 없이 “사랑”이다. 미국이나 남아메리카에서 발렌타인 시즌마다 거론되는, “불멸의 사랑”을 다룬 추천작이란다. 하지만 이게 진짜 사랑일까?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려 53년 7개월 11일 만에 이룬 사랑. 시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마르께스답게 상상하기 힘든 세월동안의 사랑에 대해 써 내려갔다. 정말 무겁다. 데이지를 사랑한 '위대한 개츠비'와 비교하기에는 아예 스케일부터가 다른 사랑. 청년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소녀 페르미나 다사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지만, 어느 순간 여자는 순전히 ‘사랑’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사랑한 것이다. 플로렌.. 2004. 5. 4.
백년 동안의 고독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문학사상사) 어떤 이유로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얻게 된 행운아라는 사실! 몇 년 전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남미 작가들과 마술적 리얼리즘이 문단의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고, 그 때 마르께스를 알게 됐다. 남미에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며, 따라서 우리로서는 '정말 이상한 일'이 그들에게는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상반된 언어의 결합이 가능할 수 있는 것. 에서도 우리는 정말 '소설'같은 일을 읽게 되지만, 어쩌면 '너무도 리얼리틱'한 일들이라 말할 수도 있다. 마치, 마콘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얼음이 '뜨겁고도 차가운, 따라서 아주 .. 2001.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