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사회·정치·역사

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by mariannne 2010. 4. 18.

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04-15)


한 달 전,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사라진 죽은 대학’을 거부하며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김예슬은 이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학을 다니며 세 번 울었다는 그녀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건립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400억을 기부하면서 벌어진 ‘고려대 삼성사태’에 울었고, 한창 ‘글로벌 고대’를 표방하던 2006년,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울었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라는 말을 들으며 울었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을 향해 ‘짱돌’을 들게 된 것은, 25년간 경주마처럼 달려온 자신이, 아무리 달려도 ‘초원’으로는 갈 수 없는 트랙을 맴돌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그녀는 아직 이 사회의 ‘악순환의 고리’를 풀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진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녀의 눈에, 이 땅의 ‘진보’는 ‘충분히 래디컬하지 못하기에 쓸데없이 과격하고, 위험하게 실용주의적이고, 민망하게 투박하고, 어이 없이 분열적’이다. 88만 원 세대? 그녀는 젊은 세대의 권리 찾기를 위한 연대, 즉 ‘권리투쟁과 국가복지를 고무하는 사회과학적 진보담론’이 실상은 ‘고르게 부자인 삶’을 만드는 ‘보수적 흐름을 강화시키는 결론’(p.79)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은 다만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재능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장인성과 인간됨으로 존경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자급자립 기반과 공동체가 먼저 살아나야 할 것’(p.64), 그리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서 인생 전체에 걸쳐 더 발전해 나아가면 될 것’(p.65)이라는 생각뿐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존재보다 개인의 자유와 선태의 자유가 늘어났다는데, 실상은 갈수록 꼼짝없이 얽매이고 자율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끄러워 한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