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는 보편적인 '현대 도시 사회'가 아닌 '서울'을 말한다. '이 도시(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 자아, 욕망, 관계에 관한 정신과 의사의 분석인 것이다. 전화 대신 문자메시지로 소통하고, 폭탄주를 마시며, 다문화 가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종교(구체적으로는 '기독교')에 빠져들고, 스타벅스가 번창하는 반면 커피믹스 역시 불티나게 팔리는 곳이자 '성형'만 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는 곳, 사주카페가 성행하는 곳, 다수의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고시 합격'을 꿈꾸며 청춘을 보내는 도시, '대리운전'으로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목숨을 맡기는 도시, 기러기 아빠가 넘치는 곳, 혈연·지연·학연이면 웬만한 건 해결할 수 있는 '자기확신감이 부족한' 도시, '영어'를 잘하면 잘나보이는 줄 아는 도시... 이것이 바로 서울이다. 서울은, 그리고 서울 사람들은 왜 다른 도시와 달리 이런 '독특한' 성향을 나타내는가? 저자는 '심리학'의 잣대로 이런 '욕망'과 '갈등'을 분석했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원인 없는 결과가 없으니 잘못된 것은 그 근원적 오류부터 바로잡고, 지켜나가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는 긍정적인 결론들이 있어 좋은 책이다(어떤 한 줄 리뷰에서 누군가는, "비판할것처럼 시작하다가 결말에선 '그것도 나쁘지않겠지'하며 뭉개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도 맞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에게, "신을 외치면 아픈 게 다 나을것"이라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신념을 갖고' 말하는 한 사내를 보며, 도시인의 신앙과 인간의 원초적 불안감을 생각하면서 '결국 내면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공고하지 못하기에 터져나오는 '난 강해, 난 믿음이 있어'라는 외침의 다른 표현'(p.55)이라고 결론짓는 것을 보면, 과연 정신과 의사가 특별한 상황에서의 내 행동, 내 사고 하나하나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겁부터 나긴하지만.
책 속 구절 :
[...] 즉 세 명 중 한 명은 자기가 '옳다'라고 여기는 것도 언제든지 집단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라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처음 맞닥뜨린 사람은 당황스럽고 기존의 자기 가치관이 기본부터 흔들리면서 집단의 가치관이 자기 세계를 불쑥 침범하는듯한 불쾌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쉽게 여기에 저항하지는 못한다.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소수가 있지만 그보다 자아가 약한 사람들은 헷갈려하거나 자기 가치관과 비교하기보다 처음부터 집단의 가치관이나 선택에 몸을 맡기는 방식을 선택한다. 중간쯤 정도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저항하고 자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방어한다. (p.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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