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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일본전산 이야기

by mariannne 2009. 8. 3.

일본전산 이야기 -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읽고 싶기도 했지만, 읽어야 하기도 했으므로 열심히 읽었다. 메뚜기처럼 회사를 잘도 옮겨다니는 이 시대에, 이런 내용이 가당키나 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무척 잘 팔리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 책 읽기 '붐'까지 이는 듯 싶다. 마치 그 옛날 '아침형 인간'처럼.
나가모리 사장 왈, "일본전산은 '아침형 인간'들이 모인 곳인지라 출근 시간이 이르다. 저녁에는 몇 시에 퇴근할지도 모르고, 바쁠 때는 철야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사장인 나는 직원들을 사정없이 호통치는 사람이다. 우리 회사는 그런 회사다."(p.162~163) - 감이 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이 5년 통산 16%에 그친다는(대체 평균은 어느정도인가?) 회사이고, '직원들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건강하고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좋은' 회사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대부분의 조직 운용 원칙은 '감점주의'이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들지만, 일본전산의 조직 운용은 '가점주의(加點主義)라서 직원에게 긍정적인 동기유발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이런 우수한 회사는 정말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 책만 봐서는 거의 '그렇다'.

생각해보면, '실제로 직장인들 중에는 쉬는 날만 기다리거나 소위 시간 때우는 요령만 배우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사람들은 '주어진 일을 근무시간 동안 하다가 퇴근하고, 또 다음 날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성실한(?) 직장 생활'(p.166~167)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좋을 것은 없다. 반면, 일본전산은 스스로 움직이고, 성취감을 갖게 만드는 곳. 그러니 어찌 훌륭하지 아니하겠나. 같은 시기에 읽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비해, '일'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야 하다는 강요 비슷한 메시지에 피곤함이 느껴지지만, 이런 책, 사실 나쁘지 않다.

책 속 구절 :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사가 가진 기술력을 어필하려 한다. 그래서 기술력은 '모두가' 내미는 매력적이지 못한 카드가 되고 말았다.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다 싸게 주겠다고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가격을 내리면, 결국 시장이 공멸하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무명의 소기업이지만, 가격은 제대로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납기를 절반으로'라는 문구는 확실하게 결정타를 날려주었다.
"처음 영업을 다니면서 그렇게 말하면, 믿지 못해 몇 번을 확인해오곤 했다.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거래처의 필요를 듣기만 하고, 샘플 요청도 별도로 없었는데도 채 며칠 지나지 않아 제품을 만들어 보여준 적도 있다."
(p.65~66)

일본전산의 창업 단계부터 직원들과 함께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슬로건으로 압축된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남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 앞으로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될 모든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규 아닌 사규'를 그들은 문서로 남겼다. 그들이 공감하고 약속한 내용은 이렇다. [...]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평등하고 투명한 경영을 지향한다' 따위의 추상적인 문구는 단 하나도 없다.
1. 가족 경영을 하지 않는다.
2. 대기업 하청업체로 남지 않는다.
3.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기술만 개발한다.
(p.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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