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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촌놈들의 제국주의

by mariannne 2009. 2. 28.

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이 글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인 '닫는 글'에 있다. 저자는 '한국 경제가 평화로 가는 길에 가장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지금의 십대들'이라면서 십대들을 향한 '교육 파시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저자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대략 불행하다'라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사람이 정신적 충격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지금 십대 시절을 보내면, 누구라도 멍해질 것이다. 이 정도로 고강도 억압을 하는 곳은 감옥도 아니고, 군대도 아니다. 이 정도로 청소년에게 강한 억압을 가하는 나라는, 불행히도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북한만 해도 거기에는 최소한 과외는 없다."(p.267)라든지,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자식들의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과시,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2세가 민주주의나 자유 따위를 외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바보가 되는 것을 기꺼이 선택했다. 그래서 그들은 진짜 악질이다. 진실로 한국의 평균적인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자식들이 억압을 떨치고 지혜로워지거나 용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겁하고 나약한 노예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의 집 자식도 똑같이 바보가 되면, 이 게임은 문제 없는 것으로 안전하게 돌아간다. 아주 공평한 게임이다."(p.268) 따위. 이 대목을 읽으며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 한국의 많은 엄마들은 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여전히 통제의 '대상'으로 머문다. 한 어머니는 내게 와서 묻는다. "우리 아이가 대학 4학년이거든요.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으면 좋겠는데, 글쎄 여성학을 하겠다고 해서 걱정이에요." 그에게 대꾸해주었다. "대학 4년이면 성인인데, 왜 아직도 진로를 엄마가 정해주시나요?"("호모 코레아니쿠스" 중에서)

사실을 얘기하자면,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 달 내내 이 책을 붙잡고 있는 탓에, 한 달 전쯤 읽은 앞부분에 대한 기억을 상실했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식민지를 필요로 하는 '제국주의 단계'에 접어들긴 했는데, 미국을 등에 업거나, '북한'을 식민지 대상으로 삼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만들고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한 얘기이고, 한국의 경제는 이미 제국주의 구조로 전환되어 있지만, 정치와 이념은 아직 제국주의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내용이다. 저자 자신은 '좋은 국민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장 궁극적이며 중요한 정의는 전쟁 없는 경제'라고 말하며, 한.중.일의 '경제 통합'과 '평화 인프라'를 제시한다. 이 책이 한국경제의 대안시리즈 중 한 권인 까닭은 대한민국의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한 어떤 해결의 실마리가 우리의 10대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고, 책을 읽다 보면 제발이지 그런 바르고 정직한,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책 속 구절 :
부모들의 역사에 대한 배신과, '촌놈들의 제국주의'로 끊임없이 국가체제를 전환하고 싶은 극우파의 꿈이 만나서 한국의 교육 파시즘이 작동되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작동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한국의 내부를 중남미형 경제구조로, 외형은 제국주의형으로 변환시키는 중이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자유를 주면 큰일난다고 생각했다. 그 부모들이라고 뭐 엄청난 천사였겠는가? 유럽 자본주의라고 처음부터 복지 장치를 가지고 인권 교육을 했겠는가? 아니다. 해보니까 그 편이 나았기 때문에 그렇게 간 것이고, 그렇게 자유의 힘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와 3만 달러를 넘어간 것이고, 스웨덴과 스위스 같은 나라들에서는 4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규모만을 바라보며 동원경제와 파시즘을 재동원해서 쥐어짜고 또 쥐어짜는 방식으로 2만 달러까지 왔고, 한 번만 더 '죽었다고 생각해라'는 방식으로 경제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꼴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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