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난 소심한 A형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명랑한 사람들을 여럿 봤다. 이 책의 저자 박민우도 그런 사람이다. 유쾌하기 짝이 없는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같은데 위급한 순간에 “난 완전 A형이라니까!”를 외치는. 그런 사람이 쓴 글들은 왜 또 그렇게 재미있는지.
2007년 7월에 1권이 나오고, 약 10개월 후인 2008년 5월에 마지막인 3권이 나오면서 내내 '폭발적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다는데, 그 입소문을 듣지 못한 나는 마지막 권이 나온 지 1년이나 지난 며칠 전에야 잡지 귀퉁이에 작게 실린 책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문대로 어찌나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책이고, 자투리 시간에 짬짬이 읽을 수 밖에 없으니, 감질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427일동안 멕시코, 과테말라, 파나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같은 익숙한 이름의 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평범하고 미숙한 여행자로 살아가는 그의 '명랑 여행기'를 읽으며, 별 관심 없던 사람들 여럿이 '남미여행' 자료를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부럽기 짝이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책 속 구절 :
"아르헨티나 쇠고기는 최고야. 육즙도 훌륭하고. 나는 여기 와서 고기만 먹었는데도, 계속 고기만 먹고 싶어. 쇠고기만."
"닭고기는?"
"닭고기는 고기가 아니야. 날개 달린 채소지. 하지만 나라는 브라질이 최고야. 브라질 미녀가 제일 섹시해."
닭고기가 고기가 아니라니 염려했던 대로 이 친구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이스라엘 아이들 너무 버릇이 없어. 그렇게 막무가내니 욕을 먹지. 나도 그 아이들이랑은 어울리기 싫어. 여행을 온 건지, 자기네들끼리 소란 피우러 온 건지. 그러려면 여행을 왜 다녀?"
그가 왜 우리랑 같이 다니게 되었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약간의 우연과 약간의 필연으로 우리는 그렇게 또 한 팀이 되었다. 그와 불과 보름 정도 같이 여행을 했지만 내가 친구라고 부르고 싶은, 친구가 되고 싶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p.268)
"방이 있나요?"
"이런 어쩌지, 방이 없어. 오늘따라 친구도 오고 그래서."
"딱 세 명만 묵으면 되는데요."
"미안해. 내일쯤이면 방이 빌 수도 있는데."
숙소를 찾으러 다니면서 늘 당했던 일이라, 이젠 당혹스럽지도 않았다. 숙소를 찾으러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도시. 히피 마을이란 말을 들어서인지, 귀 얇은 나에게는 주민들이 죄다 욕심이 없어 보였다.
"아까 그 집은 호텔이 아니잖아?"
우리가 주소를 잘못 알고, 가정집에서 방 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정말 방만 있으면 재워줄 듯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사람들이 특이하긴 했다. 길에서 감자칩을 먹고 있었는데, 구도자 같은 선량한 표정을 한 청년이 오더니 감자칩을 내놓으라고 했다. '싫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듯했다. 저 당당한 모습 좀 봐. 냅다 주었다. 그는 선량한 웃음을 보이며 개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에 달라는 말 세 번으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할 수 있단. 은근 부러운 삶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가난, 가발적인 가난은 완벽하다. 끝까지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그 끝에서 솟아오르는 자유를 볼 수 있는 거겠지.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기꺼이 주고 싶어 감자칩을 하나 더 사다 놓았다.
'La vida vale mas que el oro'. 이 마을의 대로에는 이 글귀가 붙어 있다. '인생은 황금보다 가치 있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문구인데, 나는 이 말 한마디에 무릎을 쳤다. 내 소중한 삶! (p.277~278)
427일동안 멕시코, 과테말라, 파나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같은 익숙한 이름의 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평범하고 미숙한 여행자로 살아가는 그의 '명랑 여행기'를 읽으며, 별 관심 없던 사람들 여럿이 '남미여행' 자료를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부럽기 짝이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책 속 구절 :
"아르헨티나 쇠고기는 최고야. 육즙도 훌륭하고. 나는 여기 와서 고기만 먹었는데도, 계속 고기만 먹고 싶어. 쇠고기만."
"닭고기는?"
"닭고기는 고기가 아니야. 날개 달린 채소지. 하지만 나라는 브라질이 최고야. 브라질 미녀가 제일 섹시해."
닭고기가 고기가 아니라니 염려했던 대로 이 친구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이스라엘 아이들 너무 버릇이 없어. 그렇게 막무가내니 욕을 먹지. 나도 그 아이들이랑은 어울리기 싫어. 여행을 온 건지, 자기네들끼리 소란 피우러 온 건지. 그러려면 여행을 왜 다녀?"
그가 왜 우리랑 같이 다니게 되었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약간의 우연과 약간의 필연으로 우리는 그렇게 또 한 팀이 되었다. 그와 불과 보름 정도 같이 여행을 했지만 내가 친구라고 부르고 싶은, 친구가 되고 싶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p.268)
"방이 있나요?"
"이런 어쩌지, 방이 없어. 오늘따라 친구도 오고 그래서."
"딱 세 명만 묵으면 되는데요."
"미안해. 내일쯤이면 방이 빌 수도 있는데."
숙소를 찾으러 다니면서 늘 당했던 일이라, 이젠 당혹스럽지도 않았다. 숙소를 찾으러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도시. 히피 마을이란 말을 들어서인지, 귀 얇은 나에게는 주민들이 죄다 욕심이 없어 보였다.
"아까 그 집은 호텔이 아니잖아?"
우리가 주소를 잘못 알고, 가정집에서 방 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정말 방만 있으면 재워줄 듯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사람들이 특이하긴 했다. 길에서 감자칩을 먹고 있었는데, 구도자 같은 선량한 표정을 한 청년이 오더니 감자칩을 내놓으라고 했다. '싫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듯했다. 저 당당한 모습 좀 봐. 냅다 주었다. 그는 선량한 웃음을 보이며 개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에 달라는 말 세 번으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할 수 있단. 은근 부러운 삶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가난, 가발적인 가난은 완벽하다. 끝까지 비울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그 끝에서 솟아오르는 자유를 볼 수 있는 거겠지.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기꺼이 주고 싶어 감자칩을 하나 더 사다 놓았다.
'La vida vale mas que el oro'. 이 마을의 대로에는 이 글귀가 붙어 있다. '인생은 황금보다 가치 있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문구인데, 나는 이 말 한마디에 무릎을 쳤다. 내 소중한 삶! (p.27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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