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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by mariannne 2008. 10. 30.

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낭만의 화신, 이해명의 순정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모던보이"의 원래 제목은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다.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아예 제목을 "모던보이"로 바꿔 재출간 한 듯.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남자 주인공 이해명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읽을 때마다 영화배우 박해일을 떠올리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작가의 소설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를 읽으면서, 전작인 "모던보이"를 꼭 읽어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과연 그녀의 유우머감각이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소설임에 틀림 없다. 배경은 식민지 시대, '나라를 찾는 일'보다 '헤어진 애인을 찾는 일'이 더 어려운 순정파 이해명의 낭만적 여정은, 평론가 임철우의 말대로 '식민지 조국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턱없이 가볍고 경쾌하고 제멋대로인 쇼코미디도 아닌, 바로 그 중간 어디쯤에 교묘하게' 자리잡은 소설이다. 우울할 주말에 읽을 거리로 추천.

책 속 구절 :
잠깐.
"우리 헤어져요."
얼떨결에 광화문까지 와 있었다. 멀리 근정전을 가리고 서 있는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을 바라보며 나는 잠깐 정리를 해보아야만 했다. 지금 그녀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건가? 나는 그녀를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건 그렇고, 왜 그녀가 먼저 나에게 이별을 통고하는 것인가? 잠깐 낮잠을 자기 위해 책을 덮듯 이렇게 간단히. 난 조난실에게 지금 엄연한 실수를 자행했지만, 속 깊은 내가 다시 기회를 줄 것임을 급히 알려야만 했다.
"됐어...... 내가 용서해주니까.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난 그녀의 감동한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요."
난실이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나와의 이별을. 나는 당황해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되면 내가 애써 준비해온 '나의 용서'는 어떻게 되는건가? 도로 집으로 가져가야 하나? (p.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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