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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화

행복한 백수

by mariannne 2002. 4. 16.

행복한 백수
(Jiro Hasukoda | 대원)

이 만화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첨에는 제목 때문에 집어들었고, 몇 장 슬쩍 넘겨보고는 '이런, 중학생들이나 읽는 엽기적인 만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나중 탁구부'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읽다보니 좀 달랐다.

기본은 '엽기'다. 하지만 거기에 왠지 모를 슬픔과 감동이 있다.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 이와 비슷한 만화가 어떤 게 있을까?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은 집 안에서 늘 옷을 홀랑 벗고 있다. 별 이유는 없다. 백수이며, 방바닥에서 뒹구는 게 취미고, 앞으로도 돈 벌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부인이 아르바이트로 벌어다 주는 약간의 돈으로 먹고 살면서도 늘 큰소리 친다. 둘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실어놓았기 때문에 1, 2, 3권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비정상'적이다. 지독하게 비정상적이다. 단 한 사람, 부인만이 그나마 정상에 가깝다. 엽기에 변태적인 남편에게 자주 화를 내지만 마음 속으로는 무지하게 그를 사랑한다. 이유가 뭘까?

기억에 남는 게 에피소드. 이 부부가 결혼을 하면서 해피박스라는 것을  두 개 만들어, 행복한 일이 있을 때마다 종이에 적어 각자의 박스에 넣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 사람이 먼저 죽었을 때 열어보기로. 어느날, 심심한 남편이 다락에서 해피박스를 발견하고 열어본다. 텅 비어있다. 남편의 해피박스는 곰팡이가 피어 오래 전에 버렸기 때문에 이것은 필시 부인의 해피박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부인에게, 어떻게 당신의 해피박스는 텅텅 빌 수가 있냐며 마구 화를 낸다. (자신은 해피박스를 버린 주제에!) 부인은 상심하여 울며 친정으로 가버린다. 그 후 남편은 또 하나의 해피박스를 발견하는데, 거기에는 너무도 자잘한 일상의 일들로 행복해하는 부인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텅 빈 해피박스는 언젠가 곰팡이로 인해 버린 남편의 것을 부인이 주어다가 깨끗하게 닦아 놓은 거였다. 

1권이 나온 이후 빠른 속도로 2, 3권이 나와서 무척 기분이 좋다. 지금은 4권을 기다리는 중. 재미있고, 기발하며, 때때로 감동을 주기 때문에 좋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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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현재 12권까지 나왔고, 모두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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