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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화

영원의 들판

by mariannne 2002. 3. 3.

영원의 들판
(Mieko Osaka | 대원)


16권짜리 만화를 10년 동안 그렸다니. 일단은 놀라고 볼 일이다. 10년 동안이나 그 만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나는 비록 이틀동안 열 여섯 권을 다 읽어버렸지만, 수 년 동안 책이 한 권씩 나올 때마다 목마르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분명히 많았으리라 생각되는 작품이다.

애완 동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1권의 표지와 처음 몇 몇 장면을 훑어보고는 '강아지 이야기구나...'하며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름다운 시절'을 읽은 후, 당장 이 작품을 집어 들었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애정과 집착, 외로움과 몸짓 하나로의 감동... 이 모든 것들이 굴러들어온(?) 강아지 미캉을 통해 주인공이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소설가 이치히메와 교사인 야나기를 제외하고는 다들 일방적인 사랑을 한다. 때로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동반한 짝사랑으로, 때로는 폭풍과도 같은 열정으로, 그리고 장난스럽게, 또는 거부할 수 없는 끌림으로.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평범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며 그들이 하는 사랑 또한, 젊었을 때 누구나 한 번씩 겪게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심각한. 그리고 소중한.

이 책을 계속 읽어온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장면들을 살짝 알려준다면, 소설가 이치히메는 야나기와의 결혼이 일상의 평범함으로 전락(?)할까 두려워 몇 번이고 망설이지만, 결국은 동생만 참석한 아주 소박한 결혼식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후토시에게 빠져들었던 마리코는 그를 잊었다고 하지만, 니타로는 계속 신경을 쓰게되고 사소한 마찰도 생긴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는 행복함에 과거의 모든 감정들은 불꽃처럼 날려보내고...
후토시는 다시 요꼬하마로 돌아가며, 그를 짝사랑하던 히토미는 이제 10대의 열정은 잊겠다고 선서하는데... 역시 히토미의 귀여운 행동은 이 책 속에서 가장 즐겁다!
책 표지에 적힌 '웃음과 감동의 파라다이스'라는 말처럼, 이 작품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리고, 만화 속에 푹 빠졌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도 무리가 없어 더 좋은 작품. MIEKO OSAKA라는 이름을 목빠지게 기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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