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페이지짜리 자서전 한 권을 일주일째 붙들고 있는데 당최 끝이 보이지 않아 기분 전환 차원에서 좀 짧고 쌈박한 책 한 권을 골라 먼저 읽었다. 이전에 읽은 SERI 연구에세이 시리즈 중 “CEO 칭기스칸”이 인상적이라 이 책(역시 같은 시리즈)을 집어 들었는데,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다. 분량은 적지만 하나도 버릴 말이 없는 책. 저자는 21세기 기업의 생존 전략인 ‘지식 점프’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죽느냐 사느냐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가로운 이야기나 하고, 그마저도 여기 저기 서양문헌을 뒤져 얻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고작’인 자신(경영학과 교수다)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필자는, 그래도 본인이 접한 훌륭한 지식 점프 사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지식 점프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의도적인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 2. 문제 해결을 위해 어마어마한 학습을 해야 하며(이 때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함) → 3. 문제진입장벽을 극복해야 하고(구성원들의 심리적 무감각, 침묵, 열등/우월 함정, 실패공포가 없어야 함) → 4. 지식점프를 위한 조직설계가 가능해야 한다(LG 창원공장의 ‘자기탈구성조직’ 사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심리적 장벽 이해하기’와 ‘심리적 함정 극복하기’인데 사실 학습과 연구,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구성원의 ‘사기’와 ‘믿음’이다.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심리적 무감각과 침묵(의식적으로 문제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함. 왜?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 자기가 그 문제를 책임져야 하니까), 열등(혹은 우월)감, 실패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가. 그리하여서 더욱 ‘리더’의 존재가 부각되는 요즘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시와 명령만 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보스’나 할 짓이고, 팀원들이 함께 앞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독려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니까. 구태의연한 방식이나 안일함으로는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역시 이래저래 고달픈 21세기지만 그래서 더 가능성이 많고, 흥미로운 21세기다.
책 속 구절 :
문제진입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지식점프에 이르기 위한 선결과제이다. 자기 스스로에게 문제를 내고 이를 풀어 나가려는 의지가 없는 기업은 결코 지식점프의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없다. 그날 그날 문제없이 지나가기만 바라거나 일상적인 문제 속에 파묻혀 커다란 문제를 보지 못하는 기업들은 절대 지식점프에 도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문제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충실히 가질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제기에 열등감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고 필요한 지식을 공급하는 일이다. (p.73)
'[리뷰]경영·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 (0) | 2004.11.17 |
---|---|
초보사장 난생 처음 세무서 가다 (0) | 2004.11.14 |
웰치의 리더십 핸드북 (0) | 2004.10.09 |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0) | 2004.09.12 |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0) | 2004.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