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 평생 동안 일하다 뼈를 묻고 싶은 회사, 아시아 최고의 일하기 좋은 기업,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총체적인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유한킴벌리 사람들은 사는 맛이 다르다’라니…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며 이것이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과장일까, 책을 읽고 나서 ‘과장’이었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6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데.
잘 알던 유한킴벌리 직원이 3년 전부터 퇴사 희망을 밝혔는데, 이제서야 드디어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할 때, 우리는 ‘올해 또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뽑힌…’이라는 기사를 보며 ‘그녀가 미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평양감사 자리라도 싫은 사람이 있는 법인데, 그 어느 회사, 그 어떤 자리인들 마냥 파라다이스가 있을까. “유쾌한 이노베이션”의 디자인 회사 IDEO 사람들이라고 해서 늘 회사에 나가는 것이 신나고, 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 솟을까? 하지만 적어도 이 회사가 인간 중심의 경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직원의 평생 교육을 지원하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에 이견을 내 놓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유한킴벌리의 생산직 근로자들의 4일 일하고 4일을 쉬는 근로체제, 즉 4조 2 교대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은 3조 3교대제다. 여기에 1개 예비조를 만들어 4조 3교대제가 되는 것도 국내에서는 조심스러운 시도였겠지만, IMF를 거치며 노조측에서 먼저 4조 2교대제를 제안했단다. 자세한 스토리는 책 속에 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의 주장처럼 ‘실현에 집중’할 수 있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 문국현 사장이 그 결단을 내린 것이다.
더욱 부러운 것은 이 근로자들이 4일 동안 힘들게 일하고 4일 동안 달콤한 휴식에만 빠져드는 게 아니라는 거다. 평생 교육을 지향하는 이 회사의 방침에 따라 직무 교육과 교양 교육을 연 300시간 가량 실시한단다.
이 책은 단지 생산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공장의 기계만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있는 병원 건물, 그 속에 최신식 기계를 갖추었다면 이를 하루에 9시간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을 놀릴 필요가 없다. 박물관 역시 마찬가지. 심야 극장이 대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내수 진작을 위해, 고용 창출을 위해, 이미 있는 고정 자산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희망보고서’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책의 반 정도는 눈이 번쩍 뜨이는 유쾌한 보고서지만, 1/4은 회사 칭찬이고, 1/4은(문국현 사장 인터뷰) 앞에 나왔던 얘기의 재탕이다. 하지만 반 정도라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뷰]경영·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점프 : 지식창조의 금맥을 찾아서 (0) | 2004.11.11 |
---|---|
웰치의 리더십 핸드북 (0) | 2004.10.09 |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0) | 2004.08.17 |
부자 만드는 경제기사 (0) | 2004.08.15 |
기획 천재가 된 홍 대리 (0) | 2004.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