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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by mariannne 2005. 10. 15.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김경 지음 ㅣ 생각의나무)

오래 전부터 김경 기자의 글이 좋았다. “한겨레21”에 연재한 '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가 “뷰티풀 몬스터”라는 책으로 나온 후, 그녀의 글이 더욱 좋아졌다. 이번에는 인터뷰 모음집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라는 부제가 붙은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라는 책이다.

잡지 기자 10년차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을까. 그 중에서도 자신의 마음에 착 달라붙어버린 ‘좋아한 인터뷰이’와의 이야기만 옮겼단다. 거만하거나 혹은 경박한 인간의 꼴을 참지 못할 것 같은 그녀의 선택이라니 믿을 만 하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가 울컥하게 만들었고, 어떤 사람은 ‘좀 놀아봤다’지만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갖고 있는 또라이들이라 그녀를 만족시켰다. 그들을 바라보는 김경 기자는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난 이 사람이 좋다, 니들은 모르겠지?’의 자세다. 그래서 더 멋지다.

‘매혹적인 단독자’와의 인터뷰이긴 하지만 이 책에는 인터뷰이들보다 ‘김경’이라는 사람이 더 두드러진다. ‘밤 10시, 그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한 나는 회사에 앉아 컴퓨터 리얼플레이어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1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 듣고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중략) 그 특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사소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런데 나는 결국 10번 트랙까지 다 듣고는 하던 일을 미루고 그냥 집에 가 버렸다. 인터뷰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서 위스키를 몇 잔 걸친 후 침대에 드러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p.106, 백현진 인터뷰) ‘하지만 100페이지를 넘기면 그냥 울고 싶어진다. 그가 아무리 어려운 말을 늘어놓아도 이젠 기가 죽지 않는다. 그가 결국 말하려고 하는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의 눈물겨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p.14, 김훈 인터뷰)따위의 텍스트를 읽으면 그녀는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 주저 앉아 악에 받쳐 눈물을 펑펑 흘리는 슬픔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무척 냉소적이고 껄렁껄렁하다. 그런 모습을 위장한 채 내면에는 그토록 자주 감동하고, 동요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 그녀가 김훈처럼 ‘온몸으로 모순을 보여’(p.28)주건, DJ DOC와의 성공적인 인터뷰를 위해 ’위선이나 가식 벗어던진 채 솔직함으로 일관’(p.36)하건, 이런 책이 한 달에 한 번만 나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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