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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book)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by mariannne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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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저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가 지난 10여 년간의 써 온 일상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 낸 것이다. 작년 추석에 쓴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 때문에 유명세를 탄 모양인데,  글의 내용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소재가 다양해서 흥미롭게 읽힌다. 올해 쉰 셋으로,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저자 인터뷰 기사도 있다.  

대체로 내가 썩 좋아하는 글은 아닌데,  그래도 몇 편은 대단히 좋았다.  아래는, 재미있게 읽은 두 편이다.  알고 보니 책에 실린 여러 편의 칼럼이 이미 언론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들이다. 

​  
[김영민 칼럼] 적폐란 무엇인가
대학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2학년이 되던 어느 봄날, 학과 사무실에서 해당 아르바이트 정보를 받아, 자격증 시험 감독을 하러 갔다. 신이 흩뿌려준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보며 사뿐사뿐 걸어갔다. 
 
[사유와 성찰]위력이란 무엇인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난생처음 논문심사를 받기 위해 긴장된 마음으로 복도에 앉아 있던 그날을. 심사를 맡은 교수들이 해탈에 재차 실패한 부처 지망생들처럼 앉아 있던 그 대낮의 연구실을.  



책 속 구절: 

그렇다. 죽은 자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에 사후의 명성 따위는 당사자게에 가치가 없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우리는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죽은 자신에 대해 슬퍼할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리하여 장자도, 몽테뉴도, 세네카도, 루크레티우스도 입을 모아 말했다. 살아 있지 않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태어나기 이전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고. 키케로는, 바위 위에 누군가 죽어 있다면, 그 죽은 사람보다는 차라리 바위가 더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직면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잠시 후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괴롭히던 정념으로부터 다소나마 풀려날 것이다. 
(p.5,  프롤로그 -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p.7~8, 프롤로그 -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성탄절 전야. 그날이 일 년 중 가장 로맨틱한 때라고 생각한 젊은 연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눴으리라. 살쪄 돼지가 되어도 날 영원히 살아할 거지? 응, 당연하지! 하느님께 맹세할 수 있어. [...] 
하필 그때 철없는 애인이 전화를 해서 묻는다. 나이를 먹고 살이 쪄서 돼지가 되어도 당신은 날 사랑할 거야? 부정-분노-체념-인정 단계를 완수한 사람답게 온화하게 대답하는 거다. 아니. 그땐 돼지를 사랑할 거야. 당신은 사라지고 돼지만 남아 있을 테니. 
(p.26, 29, 시간의 흙탕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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