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기술

게임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힘
(김영세 저 ㅣ 웅진지식하우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실용 경제학 서적류 중 하나로,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힘'이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인생에서 자주 마주치게 될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서이다.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는 말처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과 판단이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p.8)모른다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게임이론은 '무엇이 이익인지, 무엇이 조직과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방안인지'를 연구한 학문으로, 경제학에서 시작하여 정치, 국제관계, 심리, 생물학 등의 여러 학문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특히 경영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직면한 경쟁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 이윤과 발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답을 제시'(p.40)했기 때문인데, 개인에게도 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의 내용은 '협상'의 게임으로 시작해서 '협력'과 '배신'의 인센티브, '선점'이 곧 '독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모방 심리' '비가역성 이론' '지대 추구' '정보 교환과 공지' '비대칭 정보'와 '카르텔의 함정' 등에 대해 실례를 들며 최대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사사건건 상대방의 흑심을 추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수의 이해가 얽혀 있는 경우의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있어 '게임 이론'을 모른다면 넋놓고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닌가. 경제학이라는 건 역시 냉혹하다.

책 속 구절 :
물론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든 물가 안정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재 경제성장에 빨간 불이 켜지고 실업률이 위험 수준이니 물가 상승률이 4% 정도 되더라도 경기 부양책을 쓰겠다."라고 약속하고그 공약을 지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가 어렵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을 것이고 물가는 2% 선에서 잡겠다."라고 공언한 다음 돈을 풀어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물가가 4% 오르는 편보다 훨씬 낫다. 거짓말하다가 크게 당한 이솝의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국민이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게 되면 최악의 사태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재정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본 이상의 상황은 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dynamic inconsistency)'이라 불리는 게임이론의 핵심 원리다. (p.151)

1910년대에 포드사의 포드(Henry Ford, 1863~1947) 회장은 근로자들에게 경쟁 회사의 두 배에 달하는 일당 5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급여 인상 이후 포드 자동차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고 태업이 거의 없어졌음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실효 임금(efficiency wage)'이라 부르는데 반복 게임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 실효임금 = 시장 경쟁 임금 + 임금 프리미엄

(중략) 공직자에게 처우를 잘 해주면 정직해진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1765년 클라이브(Robert Clive, 1725~1774) 경은 동인도회사에 고용된 영국인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일련의 개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 품위 개선안이 개개인의 이해에 부합되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깨닫고 포기했다. (중략)

싱가포르와 홍콩이 원래 부정부패가 적었던 곳은 아니었다. 홍콩의 경우 1974년 부패방지청 설치 당시만 해도 부패지수 80위의 나라였다. 두 국가의 부패방지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강력한 기구로도 유명하지만 부패 방지 요원들에게 파격적 대우를 해주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요원들은 웬만한 민간 기업 사원도 부러워할 연봉에다 장기 휴가, 의·치과 비용 지급, 초저금리의 주택자금 융자, 파격적 연금 헤택까지 보장받는다. 반면 근로계약은 2년마다 갱신되는데 농땡이나 직권남용 조짐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차 없이 해고당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청렴한 공직 사회는 이처럼 실효 임금 이론의 교훈을 실천한 결과다. (p.15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