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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가오리5

마미야 형제 마미야 형제 | 원제 間宮兄弟 (에쿠니 가오리 지음 | 소담출판사) '계절의 추이며 나날의 식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함 "반짝 반짝 빛나는"이나 "낙하하는 저녁"같은 소설이 에쿠니 가오리다운 게 아니었나. 이 소설은 이전에 읽은 그녀의 소설과는 달리 무척 다정하고 유쾌하다. 로맨스가 없으니 구구절절한 이별의 사연도 없다.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코믹에 가까운 순정 스토리로, 월세 13만 8천 엔의 방 두개짜리 맨션에서 살고 있는 마미야 형제의 일상을 그렸다. 형은 서른 다섯, 동생은 서른 둘이고, 연애 경험 없음. 외모건 성격이건 여자들에게 호감을 줄 만한 면이 없고, 센스도, 눈치도 없다.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좋아'라는 말을 듣.. 2008. 6. 9.
도쿄 타워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ㅣ 소담출판사)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 – 에쿠니 가오리식 감성의 첫 문장이다. ‘2005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는 “도쿄 타워”. 다시 한 번 가오리 열풍이 불었나 보다. 하긴, 그녀의 소설은 나오는 것 마다 인기지만. 도쿄 타워를 바라보며 자라난 스무 살 젊은이들의 절망적인 사랑… 이라고 하면 너무 진부한가. 그 사랑의 상대가 스무살이나 많은 ‘아줌마’라면? 이 어처구니 없는 ‘불륜 행각’을 가오리만의 감각으로 포장하니 ‘작품’이 된다. 사실 그렇게 열광할 만한 소설이 아닌데도 말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부터 이어져 온 그녀의 짧고 건조한 문체는 여전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히 ‘쿨’한 상태를 멋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특.. 2006. 4. 13.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저 | 소담출판사) “단편집이긴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입니다.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합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단편집에 실린 열 두 편 소설은 느낌이 아주 비슷하고, 주인공들은 모두 조금씩 닮아 있다. ‘만남의 시기가 끝나’버린 사람들, 사랑을 잃어버리거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 무언가 감정적으로 결여된 상태, 하지만 발버둥 치지도, 발악을 하지도, 미련이나 집착에 사로 잡히지도 않는다. 단지 ‘울 준비는 되어 있’을 뿐. 이 소설이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냉정과 열정사이”의 여파? 아니, 그것과는 또 다른 뭔가가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삼십 대, 혹은 사십 대 인.. 2004. 5. 24.
낙하하는 저녁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저 | 소담출판사) 분량은 짧고, 대화는 가볍고, 내용은 재미있어 쉽게 읽히지만 읽는 내내 슬픔이 피부 깊숙이 느껴지는 책이다. 실연이라는 소재는 유행가 가사 속에 무지하게 빈번히 등장하여 닳고 닳은 느낌이지만, 정작 실연을 당했을 때는 그 가사가 구구 절절하게 가슴이 와 닿아 실제보다 훨씬 감동적인 법이다. 하물며 좋은 작가의 작품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상처를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카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와 연결된 끈 하나라도 부여잡아 평생 간직하고 싶은 마음. 남편의 바람 상대를 만난 후 그녀의 매력에 빠져 함께 남편 험담을 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라면 그런 행동도 이해 받을 수 있을만한.. 2003. 11. 28.
반짝 반짝 빛나는 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저 | 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를 읽는 느낌이 이랬던가. 처음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문장은 짧고 대화는 가볍고 주인공은 어리광쟁이지만 그와 그녀가 처한 상황은 비정상적이고 분위기는 버거울 정도로 무겁다. 둘의 글이 이렇게 닮았던가. 아니면 그냥 내 느낌인가. 요즘 일본의 젊은 작가들이 다 이런건가. 처음에는 주인공의 덜 떨어진 말투와 행동에 짜증이 났다. 이런게 에쿠니 가오리인가… 다른 리뷰의 호평에 기대가 컸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빠져들게 되는 건, 정말이지 희안했다. 분명 능숙한 솜씨는 아닌데… 어설프면서도 상당히 솔직하고 감성적이라 자꾸 슬퍼졌다. 실제로는 절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쇼코라는 인물에.. 2003.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