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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소설4

비둘기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은이) | 유혜자 (옮긴이) | 열린책들 | 2000-02-10 | 원제 Die Taube (1991년) 이 얇은 책에는 나이 쉰 셋의 은행 경비원 조나단 노엘의,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이틀이 담겨 있다. “평생토록 착실했고, 단정했고, 욕심도 안 냈고, 거의 금욕주의자에 가까웠고, 깨끗했고, 언제나 시간을 잘 지켰고, 복종했고, 신뢰를 쌓았고, 예의도 잘 지키며 살아”(p.59)온 조나단은 “빚이라고는 진 적이 없고, 남에게 폐를 끼친 일도 없고, 병에 걸렸던 적도 없고, 사회 보장 보험금에 신세를 진 적도 없고 […] 일생동안 마음이 평안한 작은 공간을 갖는 것 말고는 절대로, 결코 더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p.59)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비둘기가 나타났다.. 2014. 4. 20.
명예 명예 (모던 클래식-041) 다니엘 켈만 지음 | 민음사 | 원서 : Ruhm (2009) 민음사에서 '젊은 고전'이라며 내놓는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서 내가 아는 작품이라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정도다. 이 책의 저자 다니엘 켈만 역시 생소한 이름이지만, 현재 독일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란다. 삼십대 중반의 이 남자는, 스물둘에 첫 소설을 내 놓았고, 그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문학계에서 주는 각종 상을 수상했으며, 어떤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문학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너무 오래 세계문학과 멀어져 살았는지 어쨌는지, 나에게만 생소한 이름가? "명예"에 실린 단편 소설 아홉편은 내용이 서로 묘하게 얽혀있다. 휴대전화의 통신 오류로 다른 사람을 찾는 전.. 2011. 5. 3.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 민음사) '늘 거짓말을 해 대는 파괴적인 초강력 주둥이로 경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거나 경찰에서 정보를 입수하면서, 헤드라인, 혐의, 비방, 비열함을 마구 내휘두'(p.149)르는 언론에 대해 분노한 하인리히 뵐은 한 신문기자의(물론 개인의 잘못만은 아닌) '무지한' 비열함 때문에 '소박한' 한 소녀가 파멸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스물 일곱의 젋은 여자가 '즐거운 기분으로 쾌활하게 전혀 위험하지 않은 댄스파티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도와주었다가 뜻밖의 혐의를 받게 되며, 결국은 살인자가 되는 이야기. 언론에 버금가는 세력을 과시하는 인터넷 댓글은 어떤가. 한 사람의 명예 뿐 아니라 주변의 관계와 생.. 2008. 12. 9.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여자들은 기다림과 씨름한다 (페터 빅셀 저 | 문학동네) '책상은 책상이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페터 빅셀을 접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당시 그의 메시지들이 현대인의 단절과 고독을 너무나 심플하고 절묘하게 그려내 감탄감탄!! 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더욱 고독해졌을까? 그 사이 인터넷이 일반화되었고, 어쩌면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어 더욱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더욱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모든 것이 달라질꺼야!’라고 외친 후, 아무것도 달라져 있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사물의 이름을 죄다 바꿔 부르기 시작하는 남자. 결국 아무와도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는 남자를 알고 싶어하는 블룸 부인... 2001.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