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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명예

by mariannne 2011. 5. 3.


명예 (모던 클래식-041)
다니엘 켈만 지음 | 민음사 | 원서 : Ruhm (2009)

민음사에서 '젊은 고전'이라며 내놓는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서 내가 아는 작품이라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정도다. 이 책의 저자 다니엘 켈만 역시 생소한 이름이지만, 현재 독일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란다. 삼십대 중반의 이 남자는, 스물둘에 첫 소설을 내 놓았고, 그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 문학계에서 주는 각종 상을 수상했으며, 어떤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문학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너무 오래 세계문학과 멀어져 살았는지 어쨌는지, 나에게만 생소한 이름가?

"명예"에 실린 단편 소설 아홉편은 내용이 서로 묘하게 얽혀있다. 휴대전화의 통신 오류로 다른 사람을 찾는 전화를 받아야하는 남자, 췌장암에 걸려 아무도 모르게 스위스로 떠나는 노부인, 소설가의 애인으로 살며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될까봐 걱정하는 여자, 낯선 땅에 여행을 갔다가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 행방불명이 된 작가, 출장지에서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블로거, 부인과 애인 사이에서 문자와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는 중년의 남자, 성공한 소설가가 때론 주연으로, 때론 조연으로 등장한다. '명예'라는 껍데기를 가진 사람들 뒤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명예를 가진 그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 맞는 걸까? 문자 메시지를 받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일까? 휴대폰이 없고, 이메일 계정과 메신저가 없다면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게 될까? 실체와 여러 개의 아이디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요즘 같은 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로잘리에가 죽으러 가다"와 "동양"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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