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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Double 더블

by mariannne 2011. 12. 6.

Double 더블: side A, side B 
박민규 저 | 창비

소설가 박민규의 단편집이다. 추억의 LP판을 모티브로 하여 두 권을 세트로 출간하면서 1권, 2권이나 상, 하가 아니라 sideA, sideB로 이름붙였다. 크기는 보통의 책 크기지만, 특이하게 정사각형의 판형으로 제작했다. 그것 말고는 그냥 보통의 단편집이다(책에서 노래가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가 "카스테라" 이후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것이고, 작가의 유우머와 재치, 기발한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집이다. 박민규의 팬이라면 뭐 당연히 읽어야 할 것이고. -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다니!

이번 작품집에서는, 직장생활만 열심히 하다가 쓸쓸해져버린 중년 남자, 또는 은퇴 이후 황혼의 유감스런 인생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누런 강 배 한 척"이라는 단편에서 육십이 다 된 나이의 한 남자는 인생에 대해 이제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렇게 이삼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게 괴롭고 슬프기만 하다. 아무 영광 없이 이십 구 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둔 지 사 년이고, 함께 사는 아내는 치매 초기에 걸려 종종 정신줄을 놓는데, 옛 직장 선배가 불러 나간 자리에서 사십만 원짜리 가시오가피를 덜컥 사가지고 들어오니, 시간강사로 일하는 딸이 전화를 해서는 교수 자리가 났는데 삼천만 원을 빌려주시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소설속에서 그는,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면서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side A에 실린 "근처" "누런 강 배 한 척"과 side B의 "낮잠"이 좋았고, 몇몇 작품("깊" 같은 먼 미래의 이야기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은 읽기가 힘들었다.

책 속 구절:
[...]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연명(延命)의 불을 끄고 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박민규, 더블 中 누런 강 배 한 척,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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