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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by mariannne 2012. 1. 10.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 당신들의 대한민국 세 번째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박노자는 1973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2001년에 귀화한 한국인이다.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좌파가 '국가 탈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의 미래는 거의 뻔하다"(p.62)고 생각하는 사회주의자다. "박노자 글방"이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묶어 펴낸 이 책은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의 만감일기"의 연장선인데, 전작에서도 그랬고, 블로그를 통해 계속 그래오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 사회의 문제점들을 상당히 정확히 파악, 지적하고 있으며, 그걸 바른 문장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그의 놀라운 언어 실력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 조선학과에 다니면서 '노동신문' 사설을 통째로 외워 쓰는 등의 혹독한 작문훈련을 한 덕분이란다). 하지만 많은 좌파 지식인들이 그러하듯 그가 하는 글들은 어렵기 짝이 없어 '민중'에 널리 읽히기에 적합치는 않아보인다. 

책의 제목처럼, 그는 매우 "왼쪽으로" 치우쳐있고, "더 왼쪽으로" 가야 이 나라가 바로 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대신 민주당이 다시 권좌를 차지한다 해도, 민주당의 보수성은 하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 사회의 '주류' 집단들의 수준도 전혀 향상될 일은 없다"(p.51)고 말하며 '진보신당'이 '대중적인 진보 정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데 그 요원한 일은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1부에서는 "한국에 진보정당이 꼭 필요한 까닭"과 "혁명론"에 대해 썼는데 읽기에 좀 골치 아플 수 있다. 하지만 2부로 가면 "공포공화국을 작동시키는 톱니바퀴들"이라고 하여 조직과 사회, 인권, 종교 같은 생활밀착형의 내용을 다루어 흥미롭다. 이 정도로 평등과 인권, 혁명에 대해 심도 있게 강변하는 책이라면,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읽어 볼 만하다.

책 속 구절 :
구체적 생활 조건의 차이는 크지만, 지배층이 반성 없이 붙들고 있는 철지난 사회 • 경제적 모델이 다수에게 고통과 절망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북한이나 남한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껍질을 벗기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쌍둥이처럼 서로 너무나 닮은 남한과 북한의 지배자들이, 요즘 들어 또다시 한반도 주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잡아 서로를 향해 비방과 위협을 주저 없이 퍼뜨리는 것을 보게 되니 정말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p.9)

[…] 대한민국이 안심하고 아이라도 낳아 기를 수 있는 나라, 이민 가버리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이민 오고 싶고 올 수도 있는 나라가 되자면, ‘세금 정치’도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되고,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으로의 여정을 걷기 시작해야 할 것이고, 또 ‘명문대’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를 잃을 정도의 실질적인 학벌 타파 등 사회의 ‘질적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p.18)

그러나 아무리 '4대 강 정비사업' 등의 무의미한 토목 공사를 위해 예산을 대대적으로 풀어 경기 부양을 도모한다고 해도, 적자를 보거나 월 평균 1백만 원 이하의 소득밖에 못 올리는 285만 명의 영세 자영업자(전체 자영업 인구의 약 37퍼센트)들의 사정이 과연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겠는가?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내일 당장 도산해 생계 기반을 잃을지도 모르는 이들로서는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의 많은 영세업자들처럼 차라리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좌파를 지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를 거대 체인점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이르는 지방 영세 상인보다는,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는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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