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 민음사)
'늘 거짓말을 해 대는 파괴적인 초강력 주둥이로 경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거나 경찰에서 정보를 입수하면서, 헤드라인, 혐의, 비방, 비열함을 마구 내휘두'(p.149)르는 언론에 대해 분노한 하인리히 뵐은 한 신문기자의(물론 개인의 잘못만은 아닌) '무지한' 비열함 때문에 '소박한' 한 소녀가 파멸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스물 일곱의 젋은 여자가 '즐거운 기분으로 쾌활하게 전혀 위험하지 않은 댄스파티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도와주었다가 뜻밖의 혐의를 받게 되며, 결국은 살인자가 되는 이야기. 언론에 버금가는 세력을 과시하는 인터넷 댓글은 어떤가. 한 사람의 명예 뿐 아니라 주변의 관계와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일방적 보도와 지탄, 그에 따른 여론몰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피곤한 일상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나눠 읽긴 했지만, 사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이다.
책 속 구절 :
이 순간에야 비로소 카타리나는 이틀 치 "차이퉁"을 핸드백에서 꺼내 보고, 국가가-이렇게 그녀는 표현했다.-이런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지 물었다. 그사이 그녀는, 심문이 왜 '삶의 세세한 구석까지 파고드는지'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심문이 전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게 되었노라고 했다. 하지만 심문할 때 거론될 세세한 사항-신사의 방문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차이퉁"이 알게 되었는지, 게다가 어떻게 하나같이 왜곡되고 오도된 진술로 알게 되었는지 그녀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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