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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두번째 파리

by mariannne 2008. 3. 30.

두번째 파리 (티파사(최순영) 지음 | 에디터)

빠리에 대한 동경으로 불문학을 전공하고, 빠리의 패션 스쿨에서 스틸리즘을 공부한 패션 매거진 9년차 패션 에디터 최순영의 에세이. 몇 번의 여행과 6개월의 거주 기간동안 마음에 새긴 빠리에 대해, 연애하듯 다정스러운 시선으로 글을 썼다. 패션 에디터답게 빠리 컬렉션이나 오뜨 꾸뛰르, 장 뽈 고띠에나 카스텔바자크 같은 디자이너에 대한 내용도 포함했지만 대체로 일상에서 느낀 감상들 위주다. 와인, 초콜릿, 바게트, 푸아그라, 빠리의 스타벅스 같은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개와 고양이, 길거리 낙서, 지하철,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등 빠리에서 마주치는 온갖 것들에 대해 애정을 보내고 있다. 세심하게 고른 사진들 때문에 종이 질이 다른 책보다 좋고, 그래서 책이 무거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고 다니면서 여기 저기 들춰 보고 싶은 책이다.

책 속 구절 :
번잡하고 낡은 파리의 메트로에 올라타면 어디선가 떠돌이 악사의 아코디언 소리와 메트로의 소음이 섞인 소란함을 배경으로 책에 시선을 꽂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메트로가 아무리 출근 시간 혹은 퇴근 시간 인파로 번잡해도 꿋꿋하고 무덤덤하게 책에 시선을 고정한다. 20대 중반 커리어우먼으로 보이는 한 파리지앤은 추리소설의 중반부쯤을 읽으며 완전 스토리에 몰입해 있고, 살림꾼으로 보이는 40대 주부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Une Vie"을, 50대 중반의 남자는 발자크에 심취해 있다. 꼬챙이처럼 깡마른 다리에 스키니 진을 입은 10대 소년은 화제의 일본 추리소설 "데스 노트 Death note" 불어판에 흠뻑 빠져 있다. iPOD 나노에서 들려오는 로큰롤에 몸을 흔들면서, 건너편 문에 기대선 한 남자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불어판을 사색에 잠긴 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다. [...] 파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아직 불어가 낯선 이방인에게도 거리의 서점 문밖에 내놓은 매대 위 1유로, 2유로짜리 포켓북들은 책 읽기 좋은 도서 파리에서의 아날로그적 삶을 채워주던 요긴한 양식이 되어 주었다.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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