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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3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지음 | 위즈덤하우스) 작년 여름에 사 놓고 일 년 넘게 읽다 말다를 반복하며 절절매다가 하루 날잡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나에게는 버거운 현학적 표현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엄청난 메타포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이충걸의 글은 일단 마음 잡고 읽기 시작하면 그 매력적인 문장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든 면도 갖고 있다. 이 책은 쇼핑에 관한 기록이자 트렌드와 브랜드, 패션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면서 취향과 스타일, 돈에 관한 고찰이기도 하다. 그는 소심한 고객이었다가 욕망의 화신이 되기도 하고, 트렌드의 최첨단에 서 있으면서 부자들의 천박함을 조롱하다가 그 부자들이 가진 돈 때문에 사고 싶은 물건 앞에서 망설이는 자신을 한탄한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검.. 2009. 12. 30.
슬픔의 냄새 슬픔의 냄새 (이충걸 | 시공사) 제목부터 어렵다. 매일 갖고 다니며 읽어도 매번 제목을 떠올리기 힘들다. ‘이별의 나날’인가, ‘슬픔의 시간’? 아니면 ‘세월의 슬픔’이었나… 그리고 제목만큼 내용도 어렵다. 이 사람의 생각을 따라잡으려면 어느 경지에 올라야 하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이충걸의 글을 좋아했는데, 그의 독특한 어휘나 언제든 쉽게 바스러같은 아슬아슬한 감수성, 은유와 비유로 가늠할 수 있는 상상력 따위가 너무 부러웠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폭탄 위협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머리를 숙인 채 뛰어다녔다. 네온이 꺼지고 비가 뿌리는 거리는 간(肝)에 얼룩덜룩 박혀 있는 지방 덩어리처럼 보였다.”나 “어쨌든 매일 기대와 황홀이 바닷 바위 위의 삿갓조개처럼 내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나는 클립만 있으.. 2004. 4. 11.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이충걸 | 디자인하우스) 이충걸이란 이름 석자는 어떤 글 한편에 붙어 있는 명품 라벨을 의미한다. ‘보그 코리아’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하며 즐겁게 글을 읽던 기억이 있다. ‘GQ’라는 남성 잡지의 편집장으로 옮겨 간 이후, 지금은 아쉬움이 하늘만큼이지만. 고향, 엄마, 시골, 유년... 이런 단어에는 특별한 끌림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이충걸'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는 청담동, 퓨전 레스토랑, 트렌드, 패셔너블, 스포츠카... 이런 것들과 참 잘 어울리는 글을 쓰지만, 역시 어떤 소재라도 '그'를 거치면 이렇게 멋스러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나이를 잘 알 수는 없지만, 마흔에 가까울 거라는 짐작을 한다. 그렇게 다 큰 .. 2002.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