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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바나나4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르헨티나 할머니 (원제 アルゼンチンババア)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민음사 단편 소설 하나가 책 한권으로 출간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서 가능한 것이겠지. 단편집 속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한 소녀의 경험담이 인상적인, 묘한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표 단편 소설. 책 속 구절 : 부부가 사이좋게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은퇴해서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손자들이나 보살피며 느긋하게 사는, 그 모든 것이, 마치 약속돼 있었던 것처럼 있어야 했던 모든 것이, 시대의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엄마를 저 세상으로 보낸 아빠에게는 이미 예전같은 생활을 유지할 아무런 이유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리라. (p.50) 2009. 9. 5.
불륜과 남미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ㅣ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본 순간, 이전 소설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 또 집어 들었다. 바나나의 이전 소설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키친”이나 “암리타” 같은 건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헌데, 이 책을 읽으니 또 다시 ‘이제 바나나의 책은 그만 읽어야겠군…’하는 생각이 든다. 남미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으로 써 내려간 단편들.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불륜’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고, 노골적으로 ‘불륜’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남미와 불륜이 무척 잘 어울린다. 소설 속 ‘불륜’의 주인공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모두 아르헨티나 어딘가의 호텔에서 .. 2006. 4. 14.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저 | 민음사) 가장 최근에 나온 바나나의 소설집이다. (하지만 쓰여진 시점은 최근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니 이제 다시는 바나나의 소설 같은 건 읽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장편이 나와주면 모를까… 이전에 읽은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게다가 조금 더 싱겁기까지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성적인, 소녀적인 취향의 소설, 이런 소설을 읽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10대나 20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30대 남자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 되어 버릴 것 같다. 그만큼 개인적이고, 감상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이야기. 하지만 바나나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어느 순간 만나게 되는 ‘내 맘과 .. 2004. 10. 17.
하드보일드 하드 럭 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저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한 번 씩 다 읽었다.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도마뱀, 암리타, 허니문... 그녀의 작품을 읽고 나면 묘한 느낌이 참 오래도록 남는데, 이상하게도 책의 내용 따위는 빠른 시일 내에 깡그리 잊고 만다. 하드보일드 하드럭 역시 읽은 후 며칠이 지나도록 겨울로 접어드는 어느날 오후의 따뜻한 커피, 길거리에서 흐느낌, 나무로 뒤덮힌 작은 길에서 맞는 밤... 따위가 자꾸 생각이 났지만, 두 개의 이야기가 뒤엉켜 줄거리는 통 정리가 안된다. 그녀의 글은 왠지 군더더기를 쪼옥 빼 감정을 잔뜩 누른 듯 싶으면서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실상 보통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슬픔을 표출한다. 마치 다른 이들의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2003.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