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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by mariannne 2002. 3. 20.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저 | 디자인하우스)

매스컴 덕에 대대적인 채식바람이 불면서 스콧 니어링과 헬린 니어링 부부의 삶 또한 갑작스레 큰 관심을 받게 된 듯 하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시골, 채소, 농사, 흙... 이런 것들에 왠지 쉽게 맘이 가지 않은 까닭에 주저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손에 들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

출판사 측에서는 책의 컨셉트에 맞추어 표지와 내지를 아주 심플하게 꾸몄다. 번쩍거리는 종이에, 날개까지 붙어 무겁기 짝이 없는 요즘의 책들과 달라 딱 맘에 들었다. 니어링 부부의 자서전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 이 요리책 만으로도 그들의 삶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참으로 소박하여 행복한' 부부다. 꿈같은 얘기다. 누구나 맘만 먹는다면 이렇게 살기는 어렵지 않지만, 맘 먹기가 참 힘들지 않은가... 도시의 안락한 유혹을 이겨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소박한 밥상"은 요리책을 빙자한 에세이다. 레시피도 여럿 나와 있지만, 보통의 요리책처럼 친절하지는 않다. 혹시 정말 이렇게 요리하고 싶은 사람은 책 귀퉁이라도 접어 표시해두지 않으면 찾기도 힘들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요리들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겠다. 그저 생야채를 먹어라. 힘들면 데치거나 삶아 먹어라. 특별한 것이 있다면 '스프 만들기' 정도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배가 고파지고, 정말 맛있는 생야채와 생과일을 찾아 헤매게 된다. 온 몸이 깨끗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식의 나쁜점과 채식의 좋은점들을 조목조목 말해주는 이 책에서는 지금껏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권장 식습관이 몇가지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아침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밤새도록 아무일도 하지 않았으므로, 아침은 간단히 때우라고 한다. 우리는 아침을 머슴처럼 많이 먹으라 배우지 않았던가!)이고 둘째는 물을 일부러 마시지 말라는 것(하루에 8잔 이상의 물을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말은 정수기 회사의 주장인가? 이 책에서는 음식물 속에 있는 수분으로 충분하니, 목이 마르지 않다면 물을 마시지 말라 한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좋은 핸드 블렌더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은 사람들은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왠지 패스트푸드의 기름기가 야만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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