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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78

어깨 너머의 연인 어깨 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케이 저 | 신영미디어) “매리지 블루” 이후 유이카와 케이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어깨너머의 연인”은 더할 수 없이 진부한 표지와 제목 때문에 손이 가기 힘든 책, 하지만 역시나 재밌어서 하룻밤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매리지 블루”처럼 두 여자의 삶이 번갈아 전개되는데, 이번엔 한 쪽 캐릭터가 평범치 않다. 아니, 어쩌면 두 쪽 다 평범치 않은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잠깐동안이지만, 두 여자와 열 일곱의 남자아이가 자연스럽게 한 집에 생활하는 모습이 요시모토 바나나스럽기도 하고,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와도 닮았다. 하지만 유이카와 케이는 그들과 좀 다르다. 비현실적인 상황과 캐릭터 같지만 사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루리코는 27살 나.. 2005. 5. 17.
매리지 블루 매리지 블루 (유이카와 케이 저 | 문이당) 유이카와 케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어깨 너머의 연인”이라는 작품으로 꽤 알려진 모양이다. “매리지 블루”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성인순정만화랄지 드라마 원본의 느낌. 따라서 막힘 없이 술술 너무나 잘 읽히고 내용은 공감 100%에 다 읽고 나면 할 말도 많아진다. 이 책의 목차는 age 27, age 30, age 33, age 39, age 42, age 47, age 52, age 60으로, 광고 회사 입사 동기인 두 여성, 가오루와 노리코의 27세 시절부터 시작된다. 동시에 같은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 가오루는 노리코에 대한 경쟁심리로 초조해진 탓에 그에게 고백을 해 버리고 결국 결혼에 골인. 약혼 사실을 듣고 상황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 2005. 4. 2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저 | 작품) 짐작은 했지만, 역시 그렇군. 몇 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고, 진부함과 상투적, 식상함에 100점을 주고 싶은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는데… 나는 진지하게 읽지 못하고 별 생각 없이 넘겨버렸기 때문일까. “상실의 시대”보다 많이 팔린 책이라고 책 표지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큼직하게 써 놓았던데, 그럴 수는 있겠다. 제목이 멋지고, 영화로도 나왔고, 현대인에게 결여된 어떤 정서가 군데군데 녹아있는데다가, 결국 살짝 감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시간 만에 한 권을 다 읽어버릴 수 있으니. 하지만 진심으로 비추천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리뷰를 쓴 것도, ‘올해의 책 1차 후보’인 것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제일 뜨.. 2004. 11. 20.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저 | 민음사) 가장 최근에 나온 바나나의 소설집이다. (하지만 쓰여진 시점은 최근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니 이제 다시는 바나나의 소설 같은 건 읽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장편이 나와주면 모를까… 이전에 읽은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게다가 조금 더 싱겁기까지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성적인, 소녀적인 취향의 소설, 이런 소설을 읽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10대나 20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30대 남자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 되어 버릴 것 같다. 그만큼 개인적이고, 감상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이야기. 하지만 바나나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어느 순간 만나게 되는 ‘내 맘과 .. 2004. 10. 17.
연애 중독 연애 중독 (야마모토 후미오 저 | 창해) 회사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책. 모르는 작가의 소설은 안 읽으려고 했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 옆에 있어 눈에 확 띈데다가, 빨간색 표지에 적힌 제목이 인상적이라(내가 읽은 책은 겉표지를 벗겨낸 것인지… 아무튼 빨간 표지였다) 일단 빌렸다. 리뷰를 검색해보니 ‘어쨌든 재미있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결론이 나와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그랬다. 재밌는 책이다. 일본 소설 중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가 서로 비슷한 느낌이라면, 이건 요시다 슈이치나 아니면 어느 일정한 시기의 하루키나 아사다 지로에 가깝다. 이렇게 일본의 젊은 소설가를 한 사람 한 사람 챙기다 보니 챙겨야 할 작가가 너무 많아져 버릴까 걱정이다. 유감스럽게도 하나같이 재미가 .. 2004. 10. 16.
퍼레이드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저 | 은행나무) 표지 컬러와 작가 이름이 맘에 들어 빌렸는데, 다행히 내용도 무척 재밌다. 소설은 가급적 읽지 말아야지.. 하다가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바람에 읽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심심치 않게 밤을 샐 수 있었다. ‘작가는 무리카미 류나 하루키 못지 않게 유명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데, 과연 그럴 만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제 3의 유행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까지 다섯 명의 남녀로, 모두 한 집에 살면서(서로간에 엮이는 일은 전혀 없다) 아주 쿨하게, 심플하게 독자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다섯 명이 차례대로 얘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관점에서 보는.. 2004. 9. 13.
안녕 내 소중한 사람 안녕 내 소중한 사람 (아사다 지로 저 | 창해) “아사다 지로에게 역자(譯者)가 서슴없이 ‘최고의 걸작’이라고 헌사한 이 소설은…”이라는 홍보 문구에 현혹되었다. 제목도, 표지도, 제본 형태도 마음에 들어 선뜻 1권을 구입했다. 하지만 1권을 다 읽고 나서는 2권을 살까 말까 무척 망설이게 됐다. 왠지 두 번은 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 어찌하여 2권을 읽었다. 작가는 대단한 이야기꾼이고,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것은 인정. 확실히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 책은 “파리로 가다” 만큼의 재미나 단편집 “철도원”만큼의 감동이나 “프리즌 호텔 : 가을이야기” 만큼의 여운은 없는 것 같다. 백화점 여성복 코너 판매 과장인 쓰바키야마는 사활을 건.. 2004.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