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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78

내 인생, 니가 알아? 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저 | 노마드북스) - "라라피포"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의 대표작인 "공중그네" "면장선거" "남쪽으로 튀어!"는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돈나" "걸"을 읽고, 이번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3년 전 출간된 "라라피포"의 개정판이라는데, 책 어디에도 그런 말이 써있지 않아서 독자들의 원성이 큰 모양. 완전 우울한 19금 소설로, 하야시 마리코의 "커플게임"처럼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이 겹쳐 있다. 명문대 출신 대인공포증 환자, 여자들을 등쳐먹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달,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에로 배우로 거듭난 아줌마, 남의 말을 절대로 거절 못하는 소심남, 한때는 문학청년이었던 대머리 아저씨, '폭탄'이라 불리는 못생긴 뚱땡이.. 2008. 4. 7.
걸 Girl 걸 Girl (오쿠다 히데오 저 | 북스토리) 소설집 "걸"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 속 주인공은 모두 30대 직장 여성이다. 표제작 "걸'에서는 "신입사원 때는 서클에 (결혼도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있다는 것조차 너무 놀랍고 이상했"지만, 서른이 넘고 보니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는 서른 둘의 미혼 여성으로, "띠동갑"에서는 스물 두 살 짜리 신입 직원에 가슴이 설레는 서른 넷의 미혼 여성으로, "히로"에서는 자신보다 나이는 많고 직급은 낮은 남자 직원의 공공연한 무시에, "이봐, 여자랑 일하기 싫으면 스모협회나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지 그래. 안 그러면 어디를 가나 여자들이 이을테니까. 보호받아야 하는 가냘픈 여자애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는 여성들 말이야"라고 큰소리.. 2007. 12. 23.
프러포즈는 필요없어 프러포즈는 필요없어 (나카무라 우사기 저 | 책이좋은사람) "나는 명품이 좋다"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의 저자 나카무라 우사기의 소설. 서른을 앞둔 한 카피라이터가 '애인'이라고 생각했던 한 남자의 결혼 소식에 뒤통수를 맞으며 시작된다. '멍청하게 손톱이나 다듬으면서 호호거리던 여자들'이 괜찮은 남자들을 죄다 채가는 동안, '잠잘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허구한 날 뾰루지에 다크 서클에, 거기에 남자한테는 툭하면 차이고 상사한테는 만날 욕이나 얻어먹'는 부류인 주인공의 신세 한탄은, 다행히도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난다. 소설은, 저자의 전작 수필들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진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에스테틱에도 가고, 네일케어도 받고, 도나 카란의 드레스도 사면서 '아름.. 2007. 12. 15.
마돈나 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저 | 북스토리) "마돈나"는 표제작을 비롯한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즐거운 상상'이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는 소설들. 화자話者는 대개 종합상사의 영업부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의 남성으로, 일찌감치 결혼하여 아이를 둘 쯤 둔 평범한 가장이다. 단정한 부하 직원에 살짝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마돈나"), 아버지와 같은 월급쟁이 대신 '댄서'가 되겠다는 아들때문에 골치 아파하고("댄스"), 의례적인 '뒷돈 만들기'에 분개하며("총무는 마누라"), 신임 상사가 동갑내기에 여자라는 사실에 쇼크를 먹기도 하는("보스") 평범한 샐러리맨.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재미있게 읽히며 책장이 아주 빠르게 넘어간다. 모든 등장 인물이 친근감이.. 2007. 12. 15.
커플 게임 커플 게임 (하야시 마리코 저 | 중앙m&b) 뭐 재미있는 책 없나, 하며 회사 자료실을 뒤져 발견한 책이다. "커플 게임"이라는 제목에,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나가는 12개의 낯선 사랑 이야기'라는 설명이 써 있어 옴니버스 소설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모두 '사랑 이야기'는 아니라서, '커플 게임'보다는 '일촌 파도타기'나 '어쩔 수 없는 인간 관계' 따위의 제목이 더 어울리겠다. 어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그 중 한 사람의 또 다른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또 다른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계속 이어진다. 헤어진 옛사랑에 대한 추억,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불륜, 거슬리는 이웃집 주부, 동성에 대한 모호한 감정, 원조 교제 등 주변의 일상(또는 신문의 기사나 방송 리얼.. 2007. 9. 23.
인간 실격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 | 민음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수차례의 자살 시도와 마약 중독, 정신 병원 수용 등의 파란 만장한 삶을 살다 서른 아홉 나이에 요절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과 이 책의 주인공인 ‘요조’의 일생은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자전적 소설인 것이다. 읽다 보면 이게 다자이 오사무의 약력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소설의 앞장에서 읽은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인 요조의 일생을 읽는 동안 실제로는 ‘인간 실격’ 수위의 행동을 하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 심리를 자꾸 이해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수 많은 착하고 불행한 여자들이 그를 지나쳐가고, ‘속물’의 대표격인 호리키와 넙치가 버릇처럼 등장하며 요조의 인생은 점점.. 2007. 3. 4.
러시 라이프 러시 라이프 (이사카 코타로 저 | 한스미디어) “러시(Lush)는 술주정뱅이라는 뜻인데, 술꾼의 자포자기 인생쯤 되겠지. 자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그런 새로운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어.”(p.276) - 프로 도둑 구로사와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어. 빚도 졌고, 내 인생은 실패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하지만 돈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믿는 도다는 “Lush Life. 풍요로운 인생. 좋잖아. 나는 지금 이 순간,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p.13)라고 말한다. '러시 라이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후자쪽에 가깝지만, 갑부인 도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건 저마다 지니는 인생의 중.. 2007.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