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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F.스콧피츠제럴드 저 | 문예출판사) 줄거리로만 보자면 그렇다. 황당한 치정사건. "사람을 죽였다", "전쟁중에 독일 스파이였다"... 는 등의 의혹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떠들어대는 주위 사람들에게 변명 한 번 하지 않는 개츠비는 몇 번의 이력 번복으로 심지어는 독자들에게까지 신뢰를 잃었을지 모른다. 꼼꼼히 음미하지 않으면 그가 옛 연인 데이지에게 갖는 감정마저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포착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한 여인의 '부박한' 영혼에 희생되는 '위대함'에 뭉클함이 밀려온다. 그의 사랑은 '아름다움'일까, '헛됨'일까. 21세기 초, 이 시대에 이런 '위대함'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더 슬프다. 이 책의 리뷰에서 여러 사람이 지적한 것 처럼, 이 책.. 2002. 3. 14.
포지셔닝 Positioning 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마케팅 바이블 (알 리스 / 잭 트라우스 저| 을유문화사) 서점에서, 우선 특별한 판형의 책이라 눈길이 갔다. 흰색 표지가 시원, 깔끔하다. 알 리스의 다른 저서인 ‘인터넷 브랜딩 11가지 불변의 법칙’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주저 없이 펴 들었고, 몇 장을 읽은 후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접속, 주문을 했다. 포지셔닝이라니…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것일까? 처음에는, 너무 당연하고 진부한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도대체 어떤 얘기를 늘어놓으려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장을 넘겼다. 20년 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는데, 그 동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해준 세월이었다. 가끔은 잘못된 판단도 있었다 고백.. 2002. 3. 13.
26일간의 여행스케치 26일간의 여행스케치 : 유럽배낭여행기 (김미진 저/그림 | 열림원) 유럽 여행기라면 뭐든 즐겁게 읽는 나로서는 이 책이 한없이 반가왔다. 최근 대형서점 진열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서는, 나온지 몇 년이나 된 책을 왜 몰랐을까... 의아했다. 출판사에서는 왜 '작가 김미진'이라는 이름을 이다지도 죽여놓았을까? 그녀의 소설을 오래 전에 두 권쯤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그래도 소설가가 쓴 유럽 여행기라니, 뭔가 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게다가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는 작가의 스케치까지 담겨 있다니! 잔뜩 기대를 하고 단숨에 책을 읽어내렸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힘이 쪽 빠져버린 30대(?) 여성의 조용하고 담담한 유럽 여행기라고나 할까. 이전에 읽었던 혈기 .. 2002. 3. 12.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저 | 청어람미디어) 1. ‘일 년에 책을 얼마나 읽으십니까?’라는 질문 다음에는 으레 ‘학업이나 직업상 필요해서 읽는 책’과 ‘잡지류’는 제외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삶에 별 도움은 안되지만, 정서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오직 좋아서 읽는 책, 말하자면 문학이나 비소설 에세이가 대표적인 것으로, 왠지 청소년 문학 전집이나 베스트셀러를 강요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독서란 무엇일까. 시간 때우기든, 공부를 위해서든, 읽고 싶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 아닌가. 위의 조건으로 보자면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필요에 의해(물론 자신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책을 사다 읽는 다치바나식 독서 역시 진정한 의미의 독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 .. 2002. 3. 8.
적의 화장법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저 | 문학세계사) "현재 프랑스에서는 아멜리 노통 열풍!"이라는 얘기를 듣고, 프랑소와즈 사강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젊은 여성, 베스트셀러, 그리고 소설의 두께만큼이나 가볍고 즐거운 작품. 하지만 어느정도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철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 때문일까. 현상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이게 처음이다. 현재 번역 된 작품이 4개밖에 되지 않는다니, 원서라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1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면서도 그 이상의 무게가 있다는 것도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비행기 이륙이 늦어져 책이나 읽으며 조용히 시간을 때우려던 제롬 앙귀스트 앞에 나타난 성가신 .. 2002. 3. 7.
머니 멘터 머니 멘터 : 소설로 읽는 돈과 부채 관리의 비밀 (태드 크로포드 저/이종인 역 | 미래M&B) 이 소설의 주인공 아이리스는 23세의 여성. 어렸을 적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양부모는 별다른 재산을 남기지 못한 채 사망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변변한 직장도 없으면서 3만 7천달러의 빚을 지고 허덕이던 중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다의 조언으로 사태를 직시하며 지혜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데... '멘터(Mentor)'는 현명하고 믿을 만한 의논 상대나 지도자를 뜻한다. '머니 멘터(Money Mentor)'는 아이리스에게 '돈'에 대해 조언을 해 주는 사이다를 가리킨다. 소설의 끝부분에 이르면 아이리스는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머니 멘터의 활약 때문은 아니다. 사.. 2002. 3. 7.
영원의 들판 영원의 들판 (Mieko Osaka | 대원) 16권짜리 만화를 10년 동안 그렸다니. 일단은 놀라고 볼 일이다. 10년 동안이나 그 만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나는 비록 이틀동안 열 여섯 권을 다 읽어버렸지만, 수 년 동안 책이 한 권씩 나올 때마다 목마르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분명히 많았으리라 생각되는 작품이다. 애완 동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1권의 표지와 처음 몇 몇 장면을 훑어보고는 '강아지 이야기구나...'하며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름다운 시절'을 읽은 후, 당장 이 작품을 집어 들었다.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애정과 집착, 외로움과 몸짓 하나로.. 2002.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