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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돌프 (뱅자맹 콩스탕 저 | 열림원)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건 8년 전, 대학 도서관에서였다. 하드커버에 누렇게 바랜 종이, 글이 세로로 정열된 “아돌프”는 1960년대인가, 70년대에 발행된 것이었고, 절판되어 더 이상 새 책을 구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이 너무 맘에 들어, 복사 후 제본을 해 집에 모셔두었지만, 그 동안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해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정식으로 출판된 책을 갖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어 애만 태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났다. 신문에서 이 책이 새로 나온다는 기사를 읽고,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 소설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기다려 온 날들 때문에 두 배로 기뻤다. 18세기 후반 스위스 로잔에.. 2002. 6. 16.
마케팅 - 쉽게 알자 마케팅 쉽게 알자 (강상원 | 더난출판사)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속에 담겨 있는 것을 주체할 수 없어 조금씩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보이는 것이라 아주 정제된 모습으로 내놓아야 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만 그럴까? 대학 교재로 쓰이는 전공도서는 예외일까? 물론, 아무렇게나 쓴 책도 있고, 출판사의 기획에 맞추어 일부러 꾸며낸 책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이란, 책이란 어느 정도의 고통과 어느 정도의 솔선수범을 동반한 것임에 틀림없다. '마케팅' 기본서에 대한 독서후기를 쓰는데, 이런 뜬금없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빈칸 위에 정답을 쏙쏙 적어 넣은 듯한. 기획 의도대로, 마케팅 기본 개념을 쉽게 풀어놓았고, 실전 .. 2002. 6. 10.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이충걸 | 디자인하우스) 이충걸이란 이름 석자는 어떤 글 한편에 붙어 있는 명품 라벨을 의미한다. ‘보그 코리아’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하며 즐겁게 글을 읽던 기억이 있다. ‘GQ’라는 남성 잡지의 편집장으로 옮겨 간 이후, 지금은 아쉬움이 하늘만큼이지만. 고향, 엄마, 시골, 유년... 이런 단어에는 특별한 끌림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이충걸'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는 청담동, 퓨전 레스토랑, 트렌드, 패셔너블, 스포츠카... 이런 것들과 참 잘 어울리는 글을 쓰지만, 역시 어떤 소재라도 '그'를 거치면 이렇게 멋스러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나이를 잘 알 수는 없지만, 마흔에 가까울 거라는 짐작을 한다. 그렇게 다 큰 .. 2002. 6. 8.
철이 없으면 사는 게 즐겁다 철이 없으면 사는 게 즐겁다 (홍성만·설윤성 공저 | 우물이있는집) 난 여행기가 좋다. 특별히 여행을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 목돈 생기면 하고 싶은 일로 젤 먼저 '여행'을 꼽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인 나는, 여행기(특히 유럽여행기)만 보면 냉큼 사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 책도 서점에서 본 순간 찜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사 버렸다. 부부의 여행기는 전에도 몇 권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전에 봤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더 튀지도 않는다. 26개 나라(왠만한 나라는 모두 밟았다)를 1년 동안 돌아봤다면, 보통 여행은 아닌데도 약 300페이지의 얇은 책자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너무 심플하다. 그래서 아쉽고 실망스럽다. 자칭 '꿈틀이 부부'인 이들의 글은 무척 솔직하고 따뜻.. 2002. 6. 1.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 (나카무라 우사기 저 | 사과나무) 먼저 나온 ‘나는 명품이 좋다’보다 한 술 더 뜨는 내용. 이런 책을 다시 읽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두 번째 작품이 나오자 궁금한 마음에 책을 집어 들게 됐다.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에, 역시 흥미롭다. 에르메스와 샤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 지갑에는 단 돈 천 엔도 들어있지 않고, 저금해 놓은 돈도 없지만 대출 받아 7천만 엔짜리 집을 사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녀. 전생에 부자집 아이였고, 돈을 써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어 억울하다는 사실과, 이러저러한 운세를 보니, 돈을 모을 수 없고, 모아서도 안되는 금성인이라는데… 이 책에서는 몇 십만, 몇 백만 엔짜리 물건 가격이 이리 저리 뒤섞여 감각을 .. 2002. 5. 26.
장미 도둑 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저 | 문학동네) 가끔은 소설을 읽으며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고마워하게 된다. 몇 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아사다 지로의 책을 읽으며 눈물 몇 방울을 뚝뚝 흘렸던 기억이 있다. 모두들 전공 서적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대낮에, 소설을 읽으며, 게다가 눈물 방울까지 떨어뜨리는 민망함이란... 정확히 어떤 작품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그 때 나는 이나 를 읽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아사다 지로의 작품에 집착하게 됐지만, 감동을 쫓다보니, 늘 자극적인 '최루의 작품'을 기대했던 것 같다. 은 기대했던 작품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6편의 단편을 통해 그만 풀어낼 수 있는 '요란스런 수다 속의 담담함'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2002. 5. 14.
성공하는 웹사이트, 실패하는 웹사이트 성공하는 웹사이트, 실패하는 웹사이트 (제이콥 닐슨 저 | 길벗) 이 책은 종이질이 대단히 좋아서 무겁기 짝이 없다. 웹사이트 컬러 화면 캡쳐를 위해서였을까? 그러나 드문드문 실린 캡쳐 화면은 너무 작아서 잘 알아볼 수가 없다. 왜 실은 것일까? 종이질은 왜 이리 좋은 것일까? 무게 때문에 들고 다니며 보기가 힘든데 말이다. 책의 크기는 (이 판형을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정사각형에 가까운데, 책의 양쪽(바깥쪽) 부분에 TIP처럼 용어설명을 해 놓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 예를들어, ‘피드백 : 디자인한 웹사이트의 사용성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점을 다시 디자인 단계로 되돌려 보내어 웹사이트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PlanDoSee 순환.’ 이게 ‘피드백’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 200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