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사무실에 갔다가 하드커버(양장본)의 묵직한 이 책을 발견하고 검색을 해 봤더니, 얼마 전 일반 제본으로 개정판이 나왔단다. 책 값도 하드커버의 반. 교보, 영풍 등 오프라인 서점에 문의하니, 개정판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알 수 없는 답변을 하여(얼마 전에 나왔다고는 하지만, 벌써 몇 달이 지났을텐데),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책 두께는 상당하나(600페이지 정도), 29명의 CEO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실려 있으니, 부분적으로 골라 봐도 무방하다.
책 표지에 적힌 대로 ‘다국적 기업 한국인 CEO들의 도전과 좌절, 성공의 체험기’인데, 그다지 거창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당 20페이지 내외. 얼마나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기대에는 못 미친다.
먼저, 이름을 들어 본 회사부터.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비 브라운, 스위스 취리히가 본사인 종합 인재 서비스 회사 아데코 그룹, 누구나 잘 아는 GE, BMW, 암웨이, 야후, 노스웨스트의 코리아 사장, 한국 지사장. 그 외에 생소한 분야인 정유, 화학, 기계 분야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 한국 법인 CEO 29명이 모였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 대해 줄기차게 자랑하고, 어떤 사람은 개인의 역량을 과시했다. 어떤 사람은 다국적 기업의 시스템이, 현지 사정을 무시하는 태도에 살짝 비판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글로벌 시스템으로 인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이다.
머리말에 밝힌,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 교수의 글을 보면, ‘…그러나 우리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서 현지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여 국내 인력에게 제공해야 할 고용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판한다. 반면,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국부 증가, 수출 증대, 고용 창출 면에서 국내 경제에 공헌한 것에 대해 고마운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큰 이익을 내서 한국 경제로부터 단물을 뽑아간다는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누가 글로벌 CEO를 마다하겠는가? 다만 남 일이라 생각하여 위의 글처럼 비판만 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수 있다. 꼭 글로벌 CEO가 목표가 아닐지라도, 직장인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비 브라운 코리아 김해동 대표이사, BMW 코리아 김효준 사장의 글이 제일 인상적이다.
'[리뷰]인물·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숨 걸고 일한다 (0) | 2004.08.10 |
---|---|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0) | 2004.07.19 |
그녀에게선 바람소리가 난다 (0) | 2004.06.16 |
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0) | 2004.05.26 |
두 배로 벌면 열 배는 즐겁다 (0) | 2004.05.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