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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by mariannne 2007. 4. 22.


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J. 스콧 버거슨 저 | 갤리온)

“대한민국 사용후기”라는 건방진 제목의 이 책은 “맥시멈 코리아”와 “발칙한 한국학”을 쓴 J.스콧 버거슨의 작품이다.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마’시라는 경고문까지 써 있긴 하지만, 제 나라를 고집스럽게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도 그리 기분 좋게 읽을 수는 없는 책이다. 저자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한 여성을 너무나 사랑하다가 둘 다에게 배신을 당하고 마음에 독기를 품고 쓴 글인데, 자신이 태어난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영혼이 죽어 버린 어떤 나라’를 닮아가는 한국이 무척이나 저주스러웠는지 시종일관 불평과 불만 투성이고, 자신의 이런 생각이 이방인의 편견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어느 386 아저씨의 초상’이라든지 ‘한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것’ 등의 글을 통해서는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그는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지성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 책에 있는 일부 에세이를 쓸 당시에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사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극에 달해 가끔 어처구니 없는 글도 쏟아냈다. “마틴 씨, 한국이 그렇게도 좋아요?”라는 책의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할 때에는 그럴 듯 해 보이다가도 “자, 이제 정신을 좀 차리자. 천박한 놈, 잘난 척하는 놈, 술 취한 놈, 인종 차별하는 놈, 멍청한 놈들은 다 나가 죽어라! 그런 인간들은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한다! 왜? 내가 싫어하니까!”(p.176)라고 쏘아 붙일때는 이 사람을 믿어야 할 지, 무시해야 할 지 고민스러워진다. 이 책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동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자신의 뒷다리를 잡고 있어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 저자의 후속 작품을 읽게 될 지 의문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맥시멈 코리아”와 “발칙한 한국학”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책 속 구절 :
작은 미국이 되려고 용을 쓰는 한국이 싫었다. “섹스 앤 더 시티”와 ‘스타썩스’(스타벅스)를 무슨 새로운 매스마켓 종교라도 되는 듯이 숭배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꼴 보기 싫었다. (중략) 음악에서 패션과 댄스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를 지배하는 거품이 잔뜩 낀 힙합 문화를 증오했으며, 텔레비전에서 서커스단의 원숭이처럼 찧고 까부는 가짜 비보이(B-Boy)를 볼 때마다 당장 토가 나올 것 같았다. 현대백화점에서 12만 9천 원에 파는, 쓰레기 같은 백인들이 쓰는 ‘폰 더치’ 트럭 모자를 쓴 꼭두각시 한국인들이 싫었다. (중략)

아, 물론 건수만 있으면 반미 시위가 열리고, 인터넷이 가마솥처럼 들끓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소동은 모두 한국이 점점 미국과 비슷해지는 현실을 위장하기 위한 한심한 가면일 뿐이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누가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
김정일만큼이나 ‘자주’를 자주 언급하는 좌파 민족주의자 노무현조차 결국 때가 되면 잘 훈련된 푸들처럼 조지 부시 앞에서 구르기를 거듭한다. 미국이 해외에서 치른 전쟁 가운데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전쟁을 지원한다며, 1만 5천 명의 한국군을 이라크로 파병한 것에서부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승인함으로써 스타벅스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골드만 삭스 같은 포식성 괴물들이 한반도를 손쉽게 꿀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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