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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by mariannne 2007. 3. 4.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저 | 랜덤하우스중앙)

책을 쓸 당시 이제 막 서른을 넘어 선 저자의 눈에, 20대는 참으로 생기발랄하고 가능성 충만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쓴 책이 기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어쩌면 ‘좀 더 열심히 쓸 걸…’하는 후회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다분히 ‘베스트셀러’를 의식한 기획물이고, 삼 년 가까이 아주 잘 팔리고 있는 책답게 그야말로 ‘대한민국 베스트셀러’다운 여러 가지 면모를 지니고 있다. 두어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에, 쉽게 읽히는 문체, 타깃의 심리를 자극하는 긍정적인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역시 베스트셀러는 사는 게 아니었어’라는 선택의 후회를 하게끔 만드는 ‘광고 대비 실제 내용’의 허무함까지. 하지만 고르고 골라 산 책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빌려 읽게 된 것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맞추어 매진’하라는 행복론이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대접하여 ‘자존감’을 높이라는 긍정적 메시지에, ‘객관적으로 삶의 여건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발전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울려라. 그들은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고,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다’라는 올바른 가치관까지 전해주니, ‘팔자’나 ‘운명’ 따위에 얽매여 시간을 허비하는 여성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기까지 하다.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니까.

책 속 구절 :
그녀들의 또다른 특징은 자신들의 어리석은 선택을 합리화하는 데에 도가 터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여자는 운명을 탓하느라 자신에게 충실하지도 않고, 더욱 충실하지도 않는 남자친구에게서 실낱 같은 희망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얼마나 속정이 많다고. 밤 늦으면 여자 혼자 위험하다고 꼭 집까지 데려다 준다니까.”
그런 그녀에게 그냥 아는 직장동료라도 그 정도는 해 준다고 말해 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 이러한 관성은 때로 ‘만족’이라는 옷을 입고 그럴듯하게 행세하기도 한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고 그래도 나는 이대로 만족해.”
곁에서 누가 충고를 해주고 싶어도 이런 대구에는 말문이 막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남들이 모두 혀를 차는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이기는 힘들다. 남들이 모두 ‘아니다’라고 하면 한 번쯤 귀를 열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행복을 선택하는 한 방법이다. 불행을 선택하는 여자들 대부분이 쓸모 없는 면에 소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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