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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조용헌 살롱

by mariannne 2007. 5. 1.

조용헌 살롱  (조용헌| 랜덤하우스)

일상적 삶의 ‘기운’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조선일보를 안 봐서 몰랐는데, 이 책으로 묶은 ‘조용헌 살롱’은 지금도 연재하는 인기 칼럼이란다. 신문의 연재 칼럼이 아니더라도 “사찰기행”이나 “고수기행” “사주명리학” 등의 책을 내면서 유명해진 필자는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불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 18년간 600여 개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면서 기인, 달사들을 만나 교류를 가진 삶의 이력을 갖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한국인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사람들을 만나 아홉가지 물음(구궁九宮 – 문文, 사史, 철哲, 유儒, 불佛, 선仙,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을 통해 대화한단다. 누군가를 만나, 자, 이제부터 유불선에 대해 말해봅시다, 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위의 아홉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가 한 두개쯤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대화 속에서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을 세상 돌아가는 형세와 맞추어 칼럼을 쓰고, 그 칼럼을 책으로 묵었다. 신문의 데일리 칼럼에 걸맞게 분량은 짧고, 내용은 산뜻하다. 도나 기에 관심이 있다던가, 음양오행, 풍수지리, 토정비결 따위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구절 :
“한국은 기의 나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를 감지할 줄 아는 민족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올 것이다.”(p.209)

교황은 선종에 임박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울지 말고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 몇 년 전에 선종한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불교의 서산대사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영정을 보면서 “80년 전에는 저것이 나이더니, 80년 뒤에는 내가 저것이구나!”라는 시를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 조선 후기에 “동사열전東師列傳”을 저술했던 범해梵海(1820~1896) 선사는 최후에 이런 시를 남겼다. “헛된 한 생각이 빚은 73년 생애, 창밖의 벌처럼 떠든 것도 부질없어라. 문득 저 언덕에 올라가면서, 아! 바다 위에 뜬 물거품임을 알았네.” (중략)
영국의 독설가 버나드 쇼는 자찬 묘비명에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런 줄 알았다”고 새겨 놓았다고 한다. 나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자꾸 걸린다. (p.192~193)

지뢰복은 1년 24절기 가운데 동지를 상징하는 괘이다.음이 가장 많은 날이지만, 이제부터 양이 서서히 늘어나는 것이다. 지뢰복을 주식으로 표현하면 밑바닥을 친 날이다. (중략)
카드빚에 몰려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이 만약 ‘주역점’을 쳐서 이 지뢰복 괘를 뽑았다고 한다면 자살을 잠시 보류하고 볼 일이다. 기다리면 반드시 수가 생기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지구와 태양, 달을 포함하여 우주의 모든 것이 돌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상황과 입장이 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준비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일이다. 모르면 기다리지 못한다. (p.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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