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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나는 떠난다

by mariannne 2014. 6. 5.

 

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지은이) | 용경식 (옮긴이) | 문학동네 | 2002-05-07 | 원제 Je m'en vais

 

1999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공쿠르 상 발표를 6일이나 앞당겨버릴 만큼 ‘주제의 독창성과 풍부한 유머 감각’(선정 이유)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과연 그 이유로 발표를 앞당겨버린 걸까? 애매한 홍보 문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이 우리의 취향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소설은 주인공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난 가야겠어, 이 집을 떠난다구. 당신에게 모든 걸 단 남겨두고 떠나겠어. 페레가 말했다.”(p.5)


그렇게 부인을 두고 집을 떠난 주인공 페레는 다른 여자의 집에 며칠 머무르다 그마저도 얼마 견디지 못하고 거주지를 옮긴다. 그가 정말 떠나는 것은 ‘북극’을 향해서다. 그 곳에는 해안에 좌초되어 얼음 사이에 갇혀버린 네칠리크 호가 있다고 동료가 알려줬다.


“네칠리크 호는 여우, 곰의 모피와 바다표범 가죽, 그리고 희귀하기로 소문난 그 지역 골동품들을 잔뜩 싣고 케임브리지 만과 투크토야크툭 사이를 항해하다 거대한 얼음 조각들 사이에 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p.26~27)


소설의 제목을 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인생이야기로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화랑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그저 보물선을 찾아 떠난 것이고, 며칠 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그 골동품들이 “세금을 제하고도 루아르 강가의 작은 저택 한두 채 값에 맞먹는 액수”(p.105)라는 것을 확인한다. 인생역전의 기회는 아니지만, 북극에 다녀온 보람은 있는 정도다. 하지만 물건을 금고에 넣어두고 보험업자와 의논하라는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하루 더 방치하다 도둑을 맞는 주인공. 이제 그 물건을 훔쳐간 사람을 찾아 떠나야 할 때가 온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약간의 긴장감을 갖게 한다. 끝까지 그런 식이다. 이국적인 정취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그건 확실히 맞다. 한 사람 인생의 '중요한 일년'의 이야기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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