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 열린책들 세계문학 063
대실 해밋 저/고정아 역 | 열린책들 | 원서 : The Maltese Falcon
이야기의 배경은 192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 무대는 스페이드 & 아처 탐정사무소다. 스페이드와 아처가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사이 정도 되나 싶었는데, 이야기 시작과 함께 마일스 아처는 의뢰인의 요청으로 한 남자를 미행하다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리하여 사무소 이름은 '스페이드 탐정사무소'로 바뀌고, 샘 스페이드 혼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몰타의 매'라는 중요한 물건을 찾아 쫓고 쫓기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과 협박을 해대지만 우리의 탐정 샘 스페이드는 특유의 뻔뻔함과 대담함으로 맞서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1920년대라 당연히 휴대폰따위는 없고, 긴박한 순간에도 다시 사무소로 돌아와 전화 연락을 확인해야 하는 여유로움에 웃음이 나기도 하며,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고전답게 이야기가 거침없이 전개되어 잘 읽힌다.
이 소설은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세 번째는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았다.
책 속 구절:
“그 남자한테 일어난 일은 이런 겁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사무용 건물을 짓는 공사장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아직 골격만 있었죠. 그때 빔인가 뭔가 하는 게 10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서 플릿크래프트 앞의 보도를 박살냈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플릿크래프트에게 직접 닿지는 않았어요. 깨진 보도 조각이 튀어 올라 뺨을 강타했을 뿐이죠. 피부만 약간 까진 건데도 나와 만났을 때까지 흉터가 있더군요. 그 사람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 흉터를 손가락으로…… 뭐랄까 사랑스럽다는 듯이…… 만졌습니다. 플릿크래프트는 당연히 머리가 쭈뼛 섰지만, 경악했다기보다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 준 것 같다고 하더군요.”
플릿크래프트는 훌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변 환경에 맞추어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주변 사람들도 그와 같았다. 그가 아는 인생은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철제 빔의 추락이 인생은 본래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훌륭한 시민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도 사무실에서 식당에 가다가 떨어지는 빔에 맞아 즉사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죽음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찾아오며, 사람은 눈먼 운명이 허락하는 동안만 목숨을 부지한다는 걸 깨달았다. (p.8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