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김이설 소설집
김이설 저 | 문학과지성사
음침한 표지의 이 소설집 제목은 하나의 소설에서 따온 게 아니라, 이 소설집의 전체를 대신하는 것이다. 한동안 아무도 이런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이 젊은 작가는 왜 이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우울한 것들만 이야기하는걸까? 열 세 살의 소녀는 구걸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다 아이를 배고(열세 살), 여대생은 빚 때문에 대리모를 자처하고(엄마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한 여자는 그 이후 고속도로 갓길에 서서 항구로 데려다주는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몸을 허락하고(순애보), 돈이 없어 노래방에 나가기 시작한 여자는 남편과 아이를 잃고 나서 남편의 형과 동거하며 학대를 당한다(오늘처럼 고요히).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개 빚 많은 가족의 덫에 빠지고, 그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불운의 대물림에서 허우적댄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에서 말한 것처럼,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젊은 작가, 정말 인상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