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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by mariannne 2012. 2. 1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저/윤성원 역 |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 첫 작품으로, 책 한 권 치고는 너무 얇고 가벼운 중편 소설이다. 나이 서른에,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져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하루키는 그 이후 수 많은 작품을 썼고, 짧고 간결한(따라서 쉽게 읽히는) 문장과 그 속에 담긴 의미, 은유 등이 시대와 코드가 잘 맞아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Bar에서 맥주를 마시고,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그녀들은 뭔가 하나쯤 결여가 되어 있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이별과, 죽음,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들 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읽는 사람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 - 스물 한 살의 ‘나’는 제이스바(Bar)에서 부잣집 아들 ‘쥐’를 만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나’는 바의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주는데, 그녀는 ‘나’의 이전 여자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잠적한다. 10대 때 만난 고교동창은 졸업 후 이유 없이 헤어졌고, 길에서 만난 열 여섯 살의 히피 소녀는 ‘징글맞은 녀석’이라는 쪽지를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으며, ‘나’에게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라는 말을 알려준 불문과 여학생은 목매달아 자살했다. 그렇게 모두 ‘나’의 곁을 떠나는 것이다.

이 짧은 소설은, 나이가 들면서 다시 읽으면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된다. 처음 읽은 게 20년 전 쯤인 듯 싶다.

하루키는 소설 속에서 ‘데릭 하트필드’라는 가상의 소설가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하는데, 하루키의 팬이라면 하트필드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소설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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