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김정기 | 조선일보사)

우중충한 표지와 진부한 제목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은 책이다. 우연한 기회에 표지를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중퇴 후 19세에 입시학원 영어강사가 되었고…”라는 문구에 관심이 갔다. 이후 뉴욕주립대학 정치학과 수석 졸업이나 하버드대 무슨 무슨 과정을 수료한 것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는 것, 그리고 대학영어교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 거로(巨路) 출판사의 주인공이라니. ‘가난’과 ‘절망적인’, ‘불굴의 의지’ 따위의 낡은 단어가 갑자기 빛이 나는 듯 했다. 그래서 읽었다.
김정기라는 사람의 인생은 그야말로 1%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고, 물질적 편안함에 안착하여 정신적으로도 나태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룬 것이 아니라, 캄캄한 벽을 앞에 둔 상황에서, “그래, 그래도 해보자!”라는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옆길로 돌아갈 수도 있고, 어쩌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쉬어 갈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너무도 가난한 거제도 소년이 서울로 올라와 돈도, 인맥도 없는 상태에서 대학 최고의 영어강사가 (그것도 20대 초반에!) 된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저런 교훈적인 메시지를 풀어 놓은 건 무척 지루했다. 그저 그 인생 자체로도 이미 큰 교훈이 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