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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물·자기계발

나혜석 평전 - 내 무덤에 꽃 한 송이 꽂아 주오

by mariannne 2004. 4. 17.

나혜석 평전 - 내 무덤에 꽃 한 송이 꽂아 주오
(정규웅 저 | 중앙m&b)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신여성의 대표격인 ‘나혜석’이라는 여자에 대해, 열 몇 살이나 차이 나는, 사망한 전처와의 사이에 딸까지 있는 남자와 결혼한 후,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다가 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다. ‘양성 평등’과 ‘자유 연애’를 주장하며 이혼시 ‘이혼 고백장’을 발표하면서 재산 분할까지 요구한 멋진 여성.

하지만 그녀의 삶은 내 짐작과는 몹시 달랐다. 이 책은 ‘나혜석 기념 사업회’에서 자료를 제공하여 펴 낸 책인데, 어찌나 자세하고 사실적인지, 도대체 여기에 나오는 그녀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들이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것인지 궁금했다. 오래 전에 살다 간 누군가의 삶이 이렇게 소상히 밝혀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현실이라더니, 나혜석의 삶이 바로 그랬다. 이 책을 집어 들고 나서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유학생,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예술적 천재성을 발휘한 그녀는 소설가 이광수, 염상섭 등 당대 유명 문인들과 교류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해 옥고까지 치룬 활동가였다. 많은 남자들이 ‘연애’하자, ‘결혼’하자 조르는 것을 물리치고, 자신의 예술 세계와 먼저 죽은 첫 사랑 남자에 대한 사랑까지 이해해 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 여자. 갓 태어난 아이를 포함해 세 명의 아이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남편과 일 년 반의 세계 여행을 떠난 여자다. 결혼식은 물론, 나혜석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던 세상이 왜 그녀를 버렸는지, 그리고 그녀가 짐작처럼 그렇게 멋진 페미니스트가 왜 못 되었는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씁쓸할 뿐이다.


책 속 구절 :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할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인생은 평범한 아내로, 평범한 어머니로 끝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잠을 자다가도 이런 생각에 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눈에 눈물이 흥건히 고이곤 했다. 혜석의 그런 심리적 갈등을 눈치챈 김우영은 여러가지 말로 혜석의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당신은 내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이기에 앞서 이 땅의 귀한 여성 예술가요.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소. 내가 도와주리다. 아니, 내가 책임지리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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