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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by mariannne 2015. 9. 12.



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2

안나 가발다 (지은이) | 이세욱 (옮긴이) | 문학세계사 

원제 Ensemble C'est Tout (2004년)


제목에서는 '연인'의 바람이 느껴지지만,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카미유는 "투클린"이라는 청소용역회사에서 일하는 스물 일곱살 아가씨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해 키 173cm에 몸무게 48kg인 말라깽이다. 그녀가 사는 곳은 "방의 면적은 15제곱미터이지만, 천장이 비스듬하고 낮아서 그녀가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6제곱미터밖에 되지 않"(p.102)는데다가, 침대 대신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화장실은 방을 나와 복도 끝으로 가야 있는, 그런 곳이다. 사실 그녀는 재능 있는 화가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청소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앙리 2세의 애인이었던 디안 드 푸아티에'를 닮았다며 찬사를 보내는 남자는 필리베르다.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쉽게 교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성격 탓에 그러지 못했다. '국립 고문서 학교' 입학 시험에 몇 번 떨어진 후, 지금은 박물관에 딸린 가게에서 우편엽서 파는 일을 한다. 나이는 서른 여섯. 그가 사는 곳은 뜻밖에도 300제곱미터가 넘는 넓은 집이다. 뭔가 사정이 있어 그 집을 지키면서 잘 모르는 한 남자와 단 둘이 지내고 있었다. 


'잘 모르는 한 남자'의 이름은 프랑크다. 재능 있는 요리사이고,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이제는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진 할머니는, 양로원에 지내며 프랑크가 오는 날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프랑크는 때맞춰 할머니를 방문하곤 했다.


처음에는 필리베르가 카미유에게 호감을 가졌고, 그의 배려로 그녀는 두 남자가 사는 '넓고 편한'집에 머물게 된다. 카미유와 프랑크는 처음에 앙숙처럼 서로를 미워했지만, 조금씩 상대에게 정이 든다. 셋은 뭔가 '같은 부류'로 묶여 있고, 그 중에서도 카미유와 프랑크는 더 비슷한 구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두 권에 걸쳐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에 관한 것이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같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충분한, 그런 외로운 사람들이다.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읽어서 그런지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 방해가 되었다. 



책 속 구절

이건 하나의 가정이다. 확언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확신이란 결코 요지부동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은 죽고싶도록 사는 게 암담하다가도 이튿날에는 몇 계단 내려가서 스위치를 찾아내기만 하면 눈앞이 조금 더 환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게 우리네 사람살이 아니던가. [...] 


[...] 바로 이 순간부터 짓궂은 운명이 다시 심하게 변덕을 부리기 전까지는 그들의 지친 얼굴로 훈훈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어루만지면서 평화와 위안을 주고, 그들을 정서적으로 치유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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