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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처절한 정원

by mariannne 2014. 7. 28.

 


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은이) | 이인숙 (옮긴이) | 문학세계사 | 2005-08-01 | 원제 Effroyables Jardins

 

소설은 1990년대 말, 모리스 파퐁의 재판이 열리는 보르도 법정에서 시작된다. 모리스 파퐁은 실존 인물로, 나치 독일의 프랑스 점령 당시 친독정부(이자 괴뢰정부)인 비시정부의 보르도 지역 치안 부책임자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로 알려져 이후에도 공직생활을 하며 장관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40년도 더 지난 1990년대에 한 역사학자가 모리스 파퐁의 만행을 밝혀낸다. 파퐁은 1천 6백여 명의 유대인을 수용소로 보낸 반인륜적 범죄자였던 것이다. 일제시대 부역자와 마찬가지로 ‘공복으로서 거역할 수 없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항변했지만, 그는 80이 넘은 나이에 죗값을 치루게 된다.   


이 소설에 이런 골치 아픈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모리스 파퐁의 법정에 나타난 어릿광대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 장면과 겹치는 작가의 어린 시절 어릿광대 이야기로 이어진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주말만 되면 어릿광대 분장을 하고 여기 저기 다니며 무료로 연기 봉사를 했다. 어린 시절의 작가는 그게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훗날, 아버지의 그 행동이 ‘속죄의 의미’였다는 것을 가스똥 삼촌에게 듣게 된다. 독일군에게 잡혀 죽음의 직전까지 간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죽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가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고, 그 민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불과 100년 도 안된 일이고, 만행에 가담한 사람과 당한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가족과 후손들이 계속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짧지만 인상적인 소설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p.10)

또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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