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by mariannne 2013. 7. 18.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알랭 드 보통 (지은이) | 우달임 (옮긴이) | 톨 | 2012-05-09 | 원제 The Foundation Of Love: A Man's Story (2012년)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는 건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자칫 방심하면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사실 별 재미가 없다. 푹 빠져들었던 건 초기작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뿐이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이 소설은 알랭 드 보통이 정이현과 공동작업으로 쓴 것이다. 소설을 쓰는동안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각자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정이현은 한국의 흔한 연인에 대해 썼고(‘연인들’ 편), 알랭 드 보통은 40대 초반의 기혼남의 삶에 대해 썼다(‘한 남자’ 편). 둘의 스타일도 각자의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다. 


알랭 드 보통 소설의 주인공은 “아슬아슬하고 드라마틱하고 가슴에 와닿고 의미 있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말하자면 “이렇다 할 만한 사건이라곤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다. 이름은 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보려 할 때마다 그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혼란, 기쁨, 불안, 욕망, 열망, 비애 그리고 권태라는 테마로 엉성하게 엮인 단편적인 사건들 무더기”(p.159)다. 대부분의 다른 인생과 비슷하다.  벤은 엘로이즈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룬 40대 초반의 남자다. 겉으로는 행복하지만 늘 불완전한 감정을 느끼고, 권태에 빠진다.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에게 '사랑의 기초'는 무엇인가. 작가는 '행복한 부부로 사는 법'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군들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 작품은 알랭 드 보통이 “키스&텔” 이후 17년 만에 쓴 '소설'이다. 그동안 쓴 수 많은 작품은 모두 소설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골라 읽어야 하는지 잘 찾아봐야겠다. 


책 속 구절: 

지하철 안에서 그는 남은 저녁시간을 근사하게 보내는 공상에 잠겼다. 커다란 백조 등에 올라타면 새는 날개를 퍼덕여 하늘을 날아 새하얀 솜털로 채워진 방에 사뿐히 그를 내려놓는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아도 되고,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낮 동안 제쳐두었거나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생각들이 스스로 꼴을 갖춰나갈 것이다. 재스민이나 라벤더향이 풍겨도 좋겠다. 모든 것이 더없이 부드럽고 순결하다. 종이 한 묶음을 옆에 놓고 고민거리들을 끼적일 수도 있다. 느긋하게 곱씹어보면 해결책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알프스산맥의 맑은 물과 연결된 기다란 빨대, 백포도주 한 잔 또는 우유 한 잔, 거기에 수프와 회 몇 점이 담긴 쟁반이 천장에서 내려오면 금상첨화겠다. 따듯한 물이 찰랑이는 수영장에 발을 담그면, 형체는 없지만 모든 걸 다 받아줄 것만 같은 너그러운 두 팔이 그를 감싸안으며 안쓰러움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감비롭게 속삭일 것이다. ‘이해해…….’


하지만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두 아이, 조금 지친 아내, 그리고 모종의 위기. (p.68~69)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폴리앵에 지다  (0) 2013.08.13
탐정 클럽  (0) 2013.07.30
이유  (0) 2013.07.15
사랑의 기초 : 연인들  (0) 2013.07.1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0) 2013.07.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