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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흑산 黑山

by mariannne 2012. 11. 28.

 

흑산 黑山
김훈 저 | 학고재

 

이것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먹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고, 다투고, 화해하고, 믿고, 배신하고 ... 그렇게 살다 죽어가는 이야기다.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향을 떠나고, 어떤 이들은 죽은 아이의 살을 먹으며 ‘죽여서 먹는 게 아니고, 죽어서 먹는다’고까지 하는데, 궁에서는 나라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사학죄인을 잡아 족칠 생각에 여념이 없다. 불과 140여 년 전의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가볍고 하찮게 다루어지는 시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따로 없다. 흑산으로 유배된 정약전이 주인공인가, 모르겠다. 정약전에게는 위로 형 약현이 있고, 아래로는 동생 약종, 약용이 있었다. 형제 중 맏이인 약현에게는 명련이라는 딸이 있어, 황사영이라는 청년을 사위로 맞이했다. 약종은 천주교를 믿어 고문당하다 죽었고, 약전은 흑산으로 유배를 가 ‘자산어보’를 남겼다. 조카 사위 황사영은 도망다니다 결국 잡히게 된다. 소설은 정약종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황사영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이 책에서 정약용 이야기는 없다.    
 
시절이 그리하여 천주교가 아니라 그 어떤 종교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배교(背敎)한 박차돌이 조개젓 행상으로 위장해 마을을 지날 때 한 노인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한다. - “살아서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내세에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오. 그 이치를 좀 들어보실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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