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인명사전 : 나를 죽인 자의 일생에 관한 책
자신의 재능을 그토록 신뢰하는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그 인격이나 사생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겠으니, 부디 그 재능이 평생토록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 젊은 작가는 “로베르 인명사전”에선 자신의 실명을 포함시켰다. 그 재기 발랄함에 찬사를 던지는 바이다. 그녀의 작품은 ‘노통표’라는 꼬리를 달고 ‘참신함’과 ‘기발함’ ‘의외성’이라는 일관성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설들은 대부분 짧은 분량이지만 소재가 다양하고 이야기가 빨리 전개되어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가인데, 아직 붐이 일어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책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을 읽지 말 것. 책의 중요한 구절을 담고 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일까?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빠르게 읽히기 때문에 마냥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왜? 왜 플렉트뤼드(사실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이름인지 와닿지가 않아 유감이다)의 일생을 그토록 소소하게 그렸는지, 그리고 작가의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갑자기 철학적인 상황으로 돌변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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