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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얼굴 빨개지는 아이

by mariannne 2004. 2. 5.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저 | 열린책들)

일년에 두 번, 일주일 정도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편두통’. 내가 편두통을 호소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 누구누구도 편두통이 있는데 어디 한의원에 가서 나았다느니 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주려 애쓴다. 정작 나는 ‘아, 또 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편두통 진통제를 며칠 먹고 일주일을 버틴다. 어느 순간 사라질거니까. 어느 편두통 시즌, 아는 분이 ‘어쩔 수 없어. 친구라고 생각하고 친하게 지내. 박팀장님은 무좀이 친구잖아. 나는 암을 친구처럼 생각할려고 그래’라고 말했는데, 그때 느꼈다. 나는 이미 편두통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거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심각하지 않은 ‘지병’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드름, 비듬, 두통, 홍조, 알레르기성 비염, 잇몸병, 숙취, 관절염, 소화불량, 복부 비만, 무좀 같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주인공 마르슬랭도 지병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역시 지병을 갖고 있는 친구 르네를 만난다. 둘의 만남은 아주 빠르고 가볍게 이루어졌고, 헤어짐 역시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불행한 일도 아니었고, 친구 르네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 자연스럽고도 따뜻한 광경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장 자끄 상뻬의 책은 어느 것을 사도 후회가 없다. <뉴욕 스케치> <속 깊은 이성 친구> <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모두 좋았다. 이 세가지 책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내용이라 ‘어른들’에게 좋을 것 같다. 갑자기 어릴 때 읽은 <꼬마 니꼴라>를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음에 안 드는 하나는, 번역본의 말풍선에 쓰여진 한글 글씨체다. 일부러 어설프게 쓴 것 같은데, 그림과 어울리지도 않고, 계속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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