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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물·자기계발

살바도르 달리

by mariannne 2004. 8. 12.

살바도르 달리 : 어느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살바도르 달리 저 | 이마고)

생각해보니, 20년 동안 누군가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살바도르 달리’라고 대답하면서도, 흘러내리는 시계,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그림이나 ‘달러에 미친 달리’라는 말 이외에 그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었다. 헌데, 최근 갑자기 관심이 생겼고, (100주년 기념 전시회의 영향이 크다) 그의 자서전을 선물 받아 읽었는데, 역시 ‘기가 막히도록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관심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네.

이 책은 그의 나이 서른 일곱에 쓰여진 것이다. 자서전을 보면, 천재성에 대한 과신, 아니 맹신-자신의 작품을 두고 ‘최고의 걸작’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자신의 화술과 재치, 철학적 논리에 사람들이 나뒹굴어지고, 자신이 다닌 학교는 세상의 배꼽이라 하며, 자신의 제시한 아이디어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다–에,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광기로 인해 미쳐 죽을까 걱정할 정도다. 튀는 행동이라면 몸이 부서져도 후회하지 않았고, 음식에 대해 예민함(맛보다는 형태와 씹는 느낌을 중요시했다)과 예술에의 열정이 남다른(정도 이상이지만) 사람. 말하자면, ‘평범’이라는 말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진짜 타고난 천재 예술가다.

스물 네 살에 만난 열 두 살 연상의 여인 ‘갈라’는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였지만, 달리는 그제서야 어린 시절부터 찾아 헤맨 뮤즈를 만난 거라 믿는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으로, 그녀와 평생을 함께 되며(둘 다 여든이 넘어서 사망했다), 그의 넘치는 광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도록 만든 유일한 사람이 바로 그녀다. 그녀에 대한 찬사와 감탄이 어찌나 대단한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궁금해졌다(전 남편인 엘뤼아르 역시 그녀에 대한 시를 썼다).

이 놀라운 천재 화가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뱃속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사사건건 기괴하고, 기발하고, 기이하다. 평범한 이야기까지 과장하며 썼으니 그럴 수 밖에. 어찌 되었든, 그가 타고난 예술가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겠다. 살바드로 달리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난해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지지만, 대부분의 일화와 생각들이 흥미진진하다.

책 속 구절 :
나는 인간이 그토록 환상을 품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버스 기사들이 이따금씩 버스를 몰고 프리쥐닉 슈퍼마켓 진열장 속으로 돌진해서 그 참에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나꿔채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화장실 수세장치 생산업자들이 줄을 잡아당기면 터지는 폭탄을 변기 속에 설치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욕조는 모두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지, 내부에 인공 비 장치를 달아서 바깥 날씨가 화창한 날 승객이 택시 안에서 우비를 입어야만 하는 좀더 비싼 택시를 왜 발명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구운 가재요리를 시켰을 때 왜 바싹 구운 전화기를 갖다주지 않는지, 잘게 부순 얼음이 가득 찬 얼음통에 왜 샴페인 대신 여전히 체온이 남아 있는 끈끈한 수화기를 넣지 않는지… (중략) 늘 똑 같은 짓을 하고 또 하는 인간의 맹목적 습성은 나를 경악케 한다. 은행 직원이 수표를 먹지 않는 것에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이전에 어떤 화가도 ‘흐늘거리는 시계’를 그릴 생각도 못 했다는 것에 나는 놀란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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