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포르투갈어로 글을 쓰는 브라질 작가 코엘료. 한때 마술주의 남미문학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고, 그 정점에는 마르께스가 있었다. 하지만 마르께스가 이 정도였을까. 제 3세계 문학이 이토록 사랑 받은 예가 있었나. 지금은 남프랑스 생마르탱에 정착한 그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의 책은 세계 1백 50여 개 국에서 읽히고 있단다. 오에 겐자부로는 그를 “언어의 연금술사”라 했고, 클린턴은 휴가 때 코엘료의 소설을 실컷 읽고 싶다 했다나. 그런 코엘료의 책이 처음 출간된 나라가 한국이라니, 확실히 쌩 떽쥐베리에 대해 열광했던 한국인과 그의 ‘착한’ 소설과의 코드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연금술사”가 독자들에게 ‘자아 찾기’를 강요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면, “오 자히르”는 그보다 좀 더 성숙한 자기 성찰, 자기 고백서다. 내용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네 번째 아내가 갑자기 사라졌고, 작가는 뒤늦게 그녀가 자신의 ‘자히르’임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가 그녀를 찾아 가는 여정이다. ‘자히르’는 “한 번 만지거나 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광기로 몰아가는 무엇”(p.78)을 말한다. 그녀가 없어진 후 그의 생활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그녀와의 연결고리가 될 한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삶이란 그렇게 정수(精髓)를 잃은 후에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법이다. 인생은 안 그래도 복잡하고 다사다난하니까. 코엘료는 그것을 끊임없이 경계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다. 카자흐스탄, 종교모임과도 같은 집회, 강신(降神) 따위는 생소한 소재지만, 그 이외의 것들에서 놀라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일상을 떠나게 하는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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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코리아 2005년 8월호에서 김지수 기자가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다음은 그 인터뷰 내용 중 일부. 그의 연륜과 내공에 찬사를!
"요즘 세상은 너무 침묵으로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꿈을 믿고 매순간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평균적인 행복이란 일요일 오후 2시와 같습니다. 다가올 월요일의 시간을 기다리며 소파 위에서 지루한 TV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는 거지요. 하지만 나는 전쟁터에서 있고 싶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목전에 있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도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TV 리모콘 대신 화살을 쥐겠다는 뜻이지요."
삶에서 가여운 피해자가 아니라 모험가가 되겠다는 것은 코엘료의 신념이었다. (중략)
그는 “작가들은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고 상세하게 씁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작가들의 생각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독자들은 함축적인 문장에 담긴 여백을 읽을 줄 압니다. 최종적으로 한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 것, 그게 나의 목표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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