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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by mariannne 2005. 7. 10.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저 | 생각의나무)

왜 번역본 제목을 이렇게 지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번역본 제목에 대해 원저자에게 허락을 받는지 어쩐지도 궁금해진다. 책 끄트머리에 나와 있는 대로 원제인 “Kiss & Tell”은 유명한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 헌데 내용을 짐작하기 힘든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변신하여 국내 출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마음에 들어,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면 다 읽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름만으로 프랑스 작가일거라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는데, 스위스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수학한 사람이라 작품은 영어로 씌여졌다. 어쨌거나 최근 알랭 드 보통의 책이 세 권 나와, 한꺼번에 구입하고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스물 다섯에 썼다는 “왜 나는 너를…”와 비교하자면, 그 이후 쓰여진 이 책은 더 이성적이고 철학적이며 안정적이지만 재미나 공감대는 반감된 소설이다. 일부러 현학적인 어휘와 이리저리 꼬인 문체를 선택한 것인지(이게 그의 특성이지만), 보통 독자로서는 참으로 읽기가 난감하다. 부분적으로 완전 공감도 하고, 감탄도 하고, (인내를 갖고 끝까지 읽었을 경우) 뿌듯함도 있지만, 책 읽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덜해졌다.

이 책은, 저자가 이사벨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그랬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겠다) 느닷없이 헤어지기까지, 그녀를 관찰하며 적어 내려간 전기(biography)다. 그녀의 탄생, 가족관계, 그녀의 취향과 신념들을, 현재의 그녀와 교차하며 서술했다. 발상도, 시도도 좋고, 의욕도 좋다. 하지만 뭔가 좀 오버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왤까. 알랭 드 보통의 팬이라면 물론 꼭 읽어야겠지만, 처음 읽는 독자라면 오히려 그에게서 한 발 물러서지 않을까 걱정되니, 오히려 초기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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