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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by mariannne 2006. 8. 8.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저 | 에코의서재)

아직은 모르는 일

부제처럼,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의 결과가 도출된 놀라운 심리 실험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책의 광고만 보고선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사건의 나열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저자의 견해가 지나치게 자세히 반영되어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몹시 지루하기도 하고. 실험보다는 실험을 강행한 심리학자의 명성이나 성장배경에 상당히 비중을 둔 것도 기대와 멀어지는 데에 한 몫을 한다.

“직관적으로 보면 보상을 아무 때나 주거나 드물게 주면 좌절감이 생겨 행동이 소멸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스키너는 음식이라는 보상을 간헐적으로 줄 때 쥐들이 그 결과와 무관하게 지렛대를 계속 누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찾는 것과 같았다. (중략)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스키너의 실험 내용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심리 실험이 계속 소개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가설은 되겠지만, 쥐와 지렛대, 음식물로 어떻게 마약 중독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TV프로그램(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도 소개되었던 밀그램의 실험은 ‘신뢰할 만한 권위를 대면했을 때 62~65퍼센트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의 명령에 복종했다’(p.61)고 설명한다. 반대로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목격자 38명은 ‘집단적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질 권위자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p.96)를 증명해준다. 이 두 실험은 독일의 나치 만행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약물 중독이 약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를 연구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추억이라는 게 실재하는 것인지, 만들어낸 것인지, 둘 중 어떤 것이 더 강력한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뇌의 어디쯤에 자리잡혀 있어서 다시 꺼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실험들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건들도 있다. 다만 책에 집중을 할 만큼의 흥미진진함 보다는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들 위주라, 요즘처럼 지속되는 열대야보다는 선선한 바람 부는 날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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